(이번에는 조지아다)
솔직히 요즘 나는 제법 신이 나고 있다. 원래 신이 나는 이유는 남이 시켜서가 아니고 스스로 무언가 재미난 일을 발견했을 때 발생되는 자연적 현상이다. 다름 아니고 이번 여름 조지아 여행계획을 짜고 있다. 항공권은 며칠 전 발권하였다. 여행의 첫걸음은 항공권을 구입한 시점이 본격 가동 시점이다.
물론 도중에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여정을 취소할 수 있지만 일단 발권이 되면 거의 취소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촉으로 들어갈 때 남은 잔도를 태우는 방식이다. 이런 신나는 상태를 해마다 한번 벌리고 있다. 몽골, 중앙아시아에 그리 갔고 이번에는 서아시아 지역 중 하나인 조지아이다.
친구들 3명이 함께 가는 일정이다. 체재일정이 확정되었으니 다음에는 체재할 숙소와 교통편을 셋업해야 한다. 함께 가는 다른 친구들은 중간 단계에서 한 번씩 진행 보고를 통해 그 흐름을 알게 된다.
일행은 성당에 함께 다니는 친구들이다. 그들에게 처음에는 성경 속의 신화를 이야기하여 그들의 흥미를 소구 하며 마치 성지순례처럼 초점을 흐렸다. 실제로 조지아는 가장 많은 성서 속 신화나 흔적 (예를 들어, 예수의 성의, 노아의 방주 신화 등)이 겹겹이 놓인 곳이다.
그런데 많은 정보를 찾던 중 흥미의 원천이 조금씩 변화되었다. 형이상학적에서 형이하학적 소재로의 이전이다. 바로 입맛이 당기는 포도주에 관한 전설과 역사이다. 조지아하면 포도주라고 하는 여행가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포도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조지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포도주에서 찾아보았다.
도착지인 수도 트빌리시에서 가까운 코스인 시그나기를 첫 여행지로 삼았다. 포도주투어가 가장 왕성하게 벌어지는 지역이다. 백만 송이의 장미 노래가 발현한 사랑의 지역이다. 정보를 검색하니 거의 수십 군데 투어사에서 와인과 관련된 투어를 준비해 놓고 여행객을 끌고 있었다. 13개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는 코스의 와이너리를 소개하고 식사와 주변 관광지인 성당을 보는 코스가 주로 이루어졌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2만 원대에서 4만 원대의 경비로 와인과 관광에 하루 종일 구경을 시켜준단다.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상당히 얼큰할 정도의 와인을 먹을 수준까지 되나 보았다. 나는 과거 캘리포니아 나파나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 가서 와인 테이스팅 코스를 다녀왔다. 거기서는 아주 소량의 와인이 주어져 좀 감질날 수준이었다.
조지아 와인을 이야기할 때는 새로운 방식의 와인 제조법에 대해 흥미가 일어난다. 바로 크베브리(Kvevri)라는 항아리를 이용한 제조법이다. 통상 다른 나라에서 숙성과 저장을 하는 오크통 방식이 아니라 점토로 만든 항아리를 쓰는 것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크베브리를 땅속에 일정기간 묻어둔다. 특히 한국사람들은 이것과 제법 친밀한 감상을 가질 수 있다. 과거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 때에 김치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저장시킨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항아리와 차이점은 밑변이 뽀쪽하다.
한국 사람들이 과거 김칫독을 집집마다 묻었듯이 조지아 사람들은 거의 모든 가정에서 포도주 항아리(크베브리)가 있다고 한다. 그 전통은 8천 년 전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그때 포도씨와 발효흔적, 그리고 크베브리의 발견으로 고고학적 증거들을 밝혀낸 것이니 틀림없다. 고대 수메르문명의 점토판에서 밝혀낸 내용이고, 성경에서 말하는 대홍수 때 노아의 방주의 이야기와 연결이 된다.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어 술을 만들고 포도주에 취해 알몸으로 잠든 성경 내용이 있다. 그 포도주가 조지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수도 트빌리시 언덕에 커다랗게 세워진 조지아어머니 동상이 있다. 그녀는 한 손에 포도주잔과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친구에게 주는 포도주와 적에게 줄 칼이라 한다. 그들은 오랜 유목인의 개방적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 그들은 방문을 하는 사람에게 항시 친절을 베푼다. 이때 항시 제공되는 술이 포도주이다. 지금도 여행기를 읽다 보면, 처음 보는 외지인에게 집에서 담근 포도주를 주어서 너무 황송했다고 하는 글이 많았다. 한국의 지역마다 집마다 약간씩 고유한 김치 레시피가 있다면 조지아 또한 이것과 동일하다. 가문의 레시피이다.
독특하게 전수된 제조 방법을 근간으로 하여 수많은 포도주 레시피가 만들어지고 있다. 항아리의 특성, 포도 품종, 발효하는 기간에 따라 심지어 조지아에서는 포도 외에도 포도 줄기, 포도잎과 씨앗, 가지등도 모두 함께 넣어 제조가 된다. 포도에 딸린 모든 부속원소가 총망라되어 있는 셈이다. 포도 품종도 전 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카베르노 쇼비뇽이나 리스링, 진판델 같은 것이 아니고 그들 특유의 포도 품종이다. 약 400종이 있다고 한다. 포도주는 다시 증류하여 조지아의 브랜디가 된다. 차차(ChaCha)로 불린다.
항아리를 만드는 방식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제조된 포도주 제조법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상태이다. 수천 년간 유지되고 전승된 방식인데 각 지역의 점토에 따라 크베브리에서 숙성된 포도주는 제각기 다른 향취와 맛을 낸다. 땅속에 묻힌 항아리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고 추위와 더위에 단열되니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땅속에 매립된 포도주 숙성의 과학적 근거이다.
풍부한 탄닌이 함유되어 이것이 맛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크베브리는 일종의 다공질 막인데 색깔도 독특해진다 조지아 백포도주는 은근한 호박색의 색갈이 여기에서 연유되었다 한다. 땅속에 든 크베브리 용기는 계속 재사용된다. 사람 키보다 더 큰 용기는 다음번 사용을 위해 깨끗하게 세척된다.
술은 그들에게 언제나 음식과 함께하는 음료이다.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것이다. 문화적 DNA 가 된 것이다. 물에빠져 죽은 이보다 포도주에 빠져 죽은 이가 더 많다는 말이 속담이 되었다. 조지아 인들은 포도주를 ‘태양의 피’라고 한다는 것이다. 성스로운 액체(holy liquid)로 부르기도 한다.
가마르조스!(건배)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