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트북 페어를 소개합니다.
2015년 준비행사(제0회)로 시작해 올해 7회째를 받은 abC (ArtBookfair in China)는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아트북페어이다. 매년 상반기, 베이징에서 본 행사가 열리고 하반기에 상하이에서 같은 주제로 2부 행사를 연다. 올해는 상하이대신 항저우가 선택됐다. 중국정부가 제로코비드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봄의 락다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하이 시정부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문화행사들을 아직 허락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9월초 추석연휴기간을 포함 4일동안 항저우에서 열린 행사를 참관하고 주최측 관계자 자오아멍趙阿萌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Q: 최근 몇년 사이 중국내 여러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아트북 페어가 열리고 있고,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들도 늘어가는 추세인 것 같다. 역사와 규모면에서 abC가 대표성을 가진 행사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점이 특히 차별화 포인트인가?
l abC는 만들어질 때부터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중시해왔다. 창립멤버들 자신도 예술가들 (초기에는 판화작업,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이라는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이고, 그래서 책이라는 미디어 이상으로 창작행위 자체를 중시한다. 아트북 페어를 통해,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것이, 책을 파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창작을 위한 자원과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판매를 위한 행사에만 치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l 중국내에서 많은 단체들이 여러 곳에서 아트북 페어를 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이 넘치는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Q: abC 주최측의 인적구성을 포함해 간단한 사업내용 등의 소개를 부탁한다.
l 재정문제로 상근 직원은 네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파트타임직원이고, 혹은 프로젝트별로 일을 맡긴다. 예를 들어 자체 상근 디자이너가 있고, 행사를 할 때는 외부 디자이너를 찾아 협업한다. (자오아멍씨는 파트타임 스태프이고 화랑에 근무하고 있다. 현재 아트북 award를 담당하고 있다.) 수입중 상당부분을 이듬해 행사 준비에 투자한다.
l 베이징, 상하이 메인행사외에 일년에 베이징 사무실을 포함한 여러 장소에서 30~50여명이 참여하는 소규모 행사를 십여차례 열고 있다. 올해 항저우가 추가됐으니 메인행사가 3회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행사외에 꾸준히 진행하는 사업은 자체 출판이 있고, 나머지는 아직 실험적인 단계이다.
Q: 외국인 참가자들도 많은 편인가? 팬데믹 이후 해외에서 직접 참가하는 것은 쉽지 않을텐데, 2019년 행사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팀이 참가했나? 참가자 스크린 기준은 무엇인가? 해외팀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나? 올해는 몇팀이 신청해서 최종적으로 몇팀이 선정됐나?
l 팬데믹 이전에는 외국에서 10여팀 정도가 참가했다. 올해는 해외에서 50여개 팀이 책을 부쳐서 보내왔고. 별도로 이들을 위한 판매대를 만들었다. 다만,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가능해서 아쉬운 점은 많다. 작년에는 리모트로 교류행사를 열었는데, 효율이 낮아서 올해는 진행하지 않았다. 통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l 2015년 처음 시작할 때는 전체 20~30개 팀이 참가했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대략 4~500개의 팀이 신청해서 그중 선정된 120~150팀이 각종 형태로 참가한다. 행사장소의 규모와 크기에 따라 최종 참가팀의 수를 결정한다. 스크린하는 기준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고, 꾸준히 창작을 해 온 팀들을 선호한다. 지금 참가하는 팀도, 이미 수년간 참가해 온 사람들이 다수이다. 판매품중 책과 굿즈의 비중에서 책이 80%를 넘어야 한다 (굿즈가 아닌 작품의 경우는 책으로 간주한다). 팬데믹 때문에 참가팀 규모가 줄지는 않았다. 어차피 1년에 한두번 있는 행사이고, 지금은 팬데믹의 영향 때문에 활동을 벌일 수 있는 행사의 절대수가 줄었기 때문에 abC에는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l 다만 관람객의 숫자는 정부의 제한을 받고 있다. 시정부에서는 팬데믹 때문에 하루에 관람객이 5천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고, 항저우 행사는 매일 3천~5천명 정도가 왔다. 설사 사람이 더 왔다고 해도, 그걸 그대로 공표할 수도 없다.
Q: 올해 참가팀들중에서 어떤 두드러진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나? 아니면 abC가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몇가지 특징이나 경향성이 있는가?
l 팬데믹 이후부터 주제를 정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는 전시회와 활동 등도 늘려왔다. 예전에는 다른 부대행사는 거의 없었다.
Q: 매년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 올해의 주제인 “유목과 상상”이 선정된 배경은 무엇인가? 주제가 전체 행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가?
l 주제를 정하기 시작한 이유는 팬데믹과 관련이 있다. 작년 행사에서 처음으로 정한 주제는 <함께하는 커뮤니티 共同的街道>였는데 팬데믹이 창작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유목과 상상>도 마찬가지이다. 유동하는 작은 공동체, 소그룹들이 지금의 경색된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정주하는 농경 공동체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거대한 국가를 연상시키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유목하는 소집단의 이미지와 상반된다. 물론 노마드는 들뢰즈같은 철학자들이 표방하던 개념이기도 하다. 다양한 전시에 주제를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전시에는 예술작품뿐 아니라 주제와 연관된 출판기획도 포함된다. (Q: 유목부족은 일종의 게릴라를 연상하면 되나? A: 맞다. 다만 베이징에서 그런 식의 표현을 공식적으로 내세우기는 힘들다.)
Q: 여러 전시와 워크숍 등이 매우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가자들의 책판매와 각종 전시 및 행사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나? 전시나 행사 참가자들 중 외국인들은 어떻게 참가하게 됐는가?
l 전시는 최근 2~3년간 진행하고 있지만,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행사중에 필수는 토크/북콘서트라고 생각한다. 토크를 통해서 창작자들이 독자들, 혹은 다른 창작자들과 교류를 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l 전시와 워크숍의 경우, abC 멤버가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외부 제안을 받아서 하기도 한다. 올해 외국 예술가가 많이 참가한 ‘소리’와 관계된 프로젝트는 원래 abC멤버가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이고, 그래서 참가 예술가도 그가 주목하던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Q: 장소(天目里), 다양한 협력업체들과의 콜라보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기업 홍보라기보다 관련 기업들도 자신의 컨텐츠를 잘 녹여 놓은 것 같다. 기업들과의 콜라보를 중시하는 편인가? 매년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나?
l 기업브랜드가 더 많은 관람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트북페어 자체는 굉장히 소수의 문화향유자들을 소구하는데, 브랜드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아트북페어나 예술작품에 노출될 수 있다. 협력브랜드는 매번 바뀌지만, 출판/인쇄와 직접 연관된 업체들은 고정적이다. 이번에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같이 대중을 상대로 한 소셜미디어와 콜라보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데, 샤오홍슈에서 자체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출간하면서 참여를 원했기 때문이다.
Q: 2022년 계획은 어떤가?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l 2022년 계획은 아직 좀 이른 것 같다. 설전에 상하이에서 한번 더 올해 주제로 행사를 가질 수도 있다.
l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일반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상당한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아트북이나 독립출판으로는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의 크리에이터들도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작업에 주목하고 있다. (Q: 내가 생각하기엔 한국의 성인용 일러스트레이션북 시장은, 낮은 혼인율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특히 2030의 미혼 여성들이 전체 출판시장, 일러스트레이션북, 아트북 시장의 독자로서 비중이 높다. 중국은 아직 혼인율이나 출생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아동용 그림책 시장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성인용 일러스트레이션 북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는 혼인율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도 대도시의 젊은 화이트컬러를 중심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변화가 좋은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A: 생각해보지 못했던 점인데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다.)
! 참고로 현재 abC의 참가비용은 테이블 당 (60 *180 CM) 2,000 RMB이고, 뒤쪽 벽을 활용하는 경우 (포스터) 600 RMB가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