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는 골프의 시간
골프는 사계절 스포츠는 아니다. 동계 스포츠는 명백하게 아니다. 스노 골프를 이벤트 처럼 하는 경우는 있지만, 눈이 쌓인 코스에서 정규대회가 열리지는 않는다.
축구나 미식축구에선 가끔 눈발이 날리기도 하지 않는가. 비바람이 거센 링크스코스에 겨울 골프웨어를 입고 플레이하는 장면이 익숙한 유러피언 투어에서도 눈은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 골프코스의 주인공은 누렇게 색 바랜 잔디가 아니라 푸른 잔디다. 외국의 골프장들은 겨울의 폭설과 혹한을 피해 동계휴장을 한다. 그들의 겨울에 골프는 없다.
대한민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물론 겨울이 되면 골퍼들은 ‘시즌 오프’를 선언한다. 소위 ‘납회’라는 것을 한다. 하지만 열혈골퍼들은 겨울에도 골프에 대한 열정이 눈이 덜 치워진 코스에 가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진짜 마지막이야…라고 말하다가 봄이 온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다. 온도가 영상을 웃돌면 골퍼들은 서로 문자를 주고받기 바쁘다.
내일 최고 온도가 10도까지 올라간대 “ 로 시작해서 ”그럼 한번 나가야지 “로 의기투합한다. 한 겨울에 라운드를 갔다 왔다는 골퍼들은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완전 봄날씨였어 “ 여기에 골프장들은 겨울특가로 골퍼들을 뛰쳐나오게 한다. 코로나 기간 중엔 이 특가가 사라졌을 정도로 겨울골프가 성행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민국의 골프는 사계절 스포츠인 거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골퍼들도 많다. 해외전지훈련을 가는 골퍼들도 있고, 겨울은 라운드의 계절이 아니라 연습의 계절이라고 생각하고
연습장에서 겨울의 땀을 흘리는 골퍼들도 있다. 하지만 비율적으로 놓고 보면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겨울에 골프를 하는 나라는 없다.
심지어 겨울엔 사람도 적고 그린피도 저렴해서 본격적으로 쳐봐야지라는 골퍼도 있다.
겨울골프는 철저하게 골퍼의 의지에 달려 있다. 누군가에겐 추위가 문제가 되지만 그 추위가 추억이 되는 사람도 있다. 겨울골프를 시도해 보려는 분들에게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겠다.
일단 라운드를 잡을 때 온도를 보지 말고 바람을 보라는 것이다. 영하의 온도도 햇볕이 들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체감온도는 낮지 않다. 겨울골프에서의 진짜 온도는 바로 체감 온도다.
바람의 영향이다. 간만의 영상기온이라고 하더라도 바람이 초속 3미터 이상 분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추위를 느낄 것이다. 겨울골프를 즐기려면 속옷부터 여러 겹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두꺼운 양말 하나 보다 얇은 양말 두 켤레를 신는 것이 좋고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다. 넥워머와 양손 장갑을 준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겨울골프에서 필수품은 바로 스파이크가 있는 골프화다. 그만큼 겨울의 코스는 미끄럽다. 티잉구역의 매트 위의 잔설들은 골퍼의 부상을 초래한다.
최근 추세가 스파이크리스 골프화라서 스파이크가 있는 골프화가 귀해졌지만 마치 동절기 타이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스파이크 골프화를 구비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이 부족한 겨울에 찬바람을 쐬며 야외활동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즐거움을 준다. 마치 겨울소풍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대단한 의미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겨울의 페어웨이는 얼마나 더 나갈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린도 마찬가지다. 그린에 올리기도 어렵지만 그린에 올라간 볼이 오비구역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 겨울골프다.
물론 꽁꽁 얼어붙은 호수를 맞고 그린에 올라가 버디를 했네, 홀인원을 했네 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도 전해내려 오지만, 겨울골프는 여러 가지로 변수가 많은 골프다.
겨울골프의 점수는 변수다. 그러니 겨울라운드의 스코어나 비거리나 플레이에 대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래야 욕심은 비워지고 부상 없이 겨울골프를 즐길 수 있다.
어디로 튀어 얼마나 갈지 모르는데 1미터를 더 보내겠다고 욕심 가득한 스윙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분히 운에 의존하기 때문에 내기를 즐기는 골퍼들도 겨울엔 자제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명랑골프란 말이 가장 추천받아 마땅한 때가 겨울이 아닐까? 추운 날씨, 눈 쌓인 코스에서 부상 없이 무사히 라운드를 마치고 따듯한 탕에 들어가 밖을 바라보면서 ‘그래, 오늘 잘 끝났네’ 하는 것이 겨울골프의 기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