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골퍼, 늙은 것이 아니라 성숙해진 것.

골프, 60대가 30대를 이길 수 있는 스포츠

by 강찬욱



생각해 보면 예전엔 ‘시니어’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늙은’‘나이 든’을 적나라하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 ‘시니어’인 듯하다.

그렇다면 ‘시니어’는 몇 살부터일까? 50대부터일까? 60대부터일까? 아니면 이 질문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말로 적당히 결론을 뒤로 미룰 것인가?

분명한 것은 20년 전 50대와 지금의 50대는 신체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다르다는 것이다. 오늘의 50대는 그때에 비하면 확연하게 ‘Young fifty’다.

미국의 PGA에서는 50대부터를 ’ 시니어골퍼‘로 간주한다. 지금은 ’ 투어챔피언스‘라는 근사한 네이밍이 됐지만

예전엔 50대 이상의 선수들의 대회를 ’ 시니어 투어‘라고 했다.

KPGA 역시 만 50세 이상의 대회를 ‘챔피언스 투어’라고 하고 만 60세 이상은 ‘그랜드 시니어’라고 해서 따로 경기를 하고 있다.

LPGA는 45세 이상이 시니어 투어 대상자이며 KLPGA는 40세부터 ‘챔피언스 투어’의 대상자다.

KLPGA 챔피언스 투어 중계를 보면 ‘아직도 너무 젊은데..’란 생각이 들지만 여자골퍼들의 은퇴시기가 빠르다 보니 챔피언스 투어의 나이를 낮추는 것도

선수생활의 연속성을 위해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프로선수들은 그렇다 치고 주말골퍼들은 어떤가? 50대면서도 시니어라고 생각하는 골퍼가 있을 테고 60대의 나이에도 ‘시니어는 무슨 시니어’라고 ‘

시니어’를 거부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다. 명확한 ‘시니어 구분’은 그 사람이 어느 티(tee)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티잉구역의 여러 티(tee)들 중엔 ‘시니어 티’가 있다.

예전엔 금색으로 칠해진 ‘골드티’가 많았다. 시니어들을 ‘골드(금)’로 예우해 줬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니어들은 이 ‘금빛 예우’를 사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의 골프 코스엔 보통 2개의 화이트 티(Tee)가 있다. 색깔만이라도 위로받고 싶은 시니어 골퍼들이다.

세상의 모든 골퍼가 마찬가지긴 하지만 시니어 골퍼들은 비거리에 더 민감하다. 말만 들어 보면 거의 모든 시니어골퍼들은 젊은 시절 ‘장타자’였다.

지금의 비거리를 보고 한창때 나의 비거리를 판단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옆에서 오랜 동반자이자 친구가 “그래? 넌 장타자였던 적이 없는데??”라고

찬물을 끼얹기도 하지만 원래는 거리가 좀 났는데, 지금은 줄어든 것이라고 강하게 항변한다.

경기도 용인의 어느 골프장 오르막홀은 티샷이 떨어질만한 페어웨이 중간에 몇 개의 구릉이 있다. 이를 골퍼들은 오빠고개, 아빠고개라고 부른다.

그 지점을 넘어가면 오빠고 넘어가지 못하면 아빠, 그 앞의 고개를 못 넘어가면 할아버지가 된다. 분명한 건 아주 특이한 예외를 제외하면

시니어 골퍼의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시니어골퍼들은 비거리는 내주지만 스코어는 내주지 않는다.

비거리는 줄었지만 티샷을 딱 필요한 지점에 필요한 만큼만 날린다. 롱아이언은 진작에 백에서 뺐지만 그들에겐 우드와 유틸리티 클럽이 있다.

내 주변에도 5번 우드샷이 숏아이언 보다 정확한 시니어 골퍼가 있다. 어프로치 샷은 어떠한가? 어프로치샷이야 말로 구력의 상징 아닌가?

당연히 띄울 줄 알았던 위치에서 범프 앤 런으로 핀에 착 붙이는 신기의 어프로치, 뭔가 정통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손쉽게 탈출하는 벙커샷은 시니어 골퍼들의 특기 중에 주특기다. 수십 년간 수만 개를 했을 퍼팅은 말해 무엇하랴.

어떻게든 스코어를 지켜내는 것이 시니어 골퍼고 그것이 시니어 골프다.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골퍼 중 하나인 프레드 커플스는 63세에 60타를 쳤다. 60대 초반에 ‘에이지 슛’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 하지만

프레드 커플스는 본인의 나이 보다 3이나 적은 타수를 기록했다. 투어챔피언스의 본좌 베른하르트 랑거는

63세의 나이에 마스터스 토너먼트 예선을 통과하고 29위를 기록했다. 랑거 보다 스물다섯 살 어린 브라이슨 디섐보 보다 좋은 성적이다.

골프는 60대가 20대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다.

세상의 모든 시니어 골퍼의 마음엔 이런 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골프는 늙지 않는다. 다만 성숙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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