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님입니다.

어느 날 찾아온 불청객.. 며느리

by 깨진돌

'이상하다.. 얼마 전까지 있었는데..?'


맛도 서비스도 특별할 게 없던 집 앞 김밥집이 사라지고 새로운 간판이 걸려 있었다. 방학 맞은 아이의 점심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엄마는 당황스러웠다.


이 좁은 거리의 수많은 네 평 작은 공간에 불쑥 끼어든 손님.. 새로운 주인의 탄생이었다.


18년 전, 나도 어느 작은 동네에 불쑥 '우리 집' 간판을 내걸었다.


분명 동업이라고 들었는데 도장을 찍고 나니 나더러 주인 노릇을 다 하란다... 온갖 행사와 잡일들은 모두 나의 몫이었고 특히 고객 불만 사항은 내 담당이었다.


나의 동업자는 일거리를 전보다 더 많이 물어 오는 수완가인데, 이상하게도 일이 없을 때보다 더 편해 보였다.


'나도 사장인데.. '


입을 삐죽이면서도 이건 오롯이 '내 거, 우리 거'라고 생각하니 힘들지가 않았다.


그렇게 개업 7년 차를 맞은 어느 날, 나에게 조용히 불청객이 찾아왔다.


30대 초반 어린 엄마에게 의사 선생님은 심드렁하게 암 선고를 내렸다. 다행히 수술을 빨리 하면 일상에 지장이 없을 거라며 손에 사탕도 하나 쥐어 주는 친절하신 분이었다.


남편도 친정 부모님도 모두 부재한 상황에서 나는 자연스레 나의 두 번째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내 품에 안겨 있는 이 조막만 한 아기는 아무것도 몰라야 하기에..


"어머니, 잘 계시죠? 다름이 아니라.. 제가 방금 암 선고를 받아서요. 다행히 초기이긴 한데,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해서.. 수술 전 검사 때 아이 하루만 봐주시겠어요? 하루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삼십 분 전까지 해맑은 어린 엄마였던 나는 어느새 암이라는 무서운 유전자를 요 작은 천사에게 물려줘야 하는 죄인이 되어 있었다.


"네가 아픈 건데 왜 내가 애를 봐줘야 하니? 엄마면 네가 애를 책임져야지."


간신히 매달려 있던 눈물보다 빠르게 쏟아지는 말들은 암세포보다 나를 더 아프게 했다.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 줄 모른다더니..

지가 사장인 줄 알고 큰소리치는 진상 중의 진상..

그게 나였다.


담담하게 전화를 끊고 추락하는 눈물을 주어 담으며 나는 조용히 내 자리를 찾아갔다.


나는 불청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