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건 맛있어

꼭지

by 깨진돌

저녁 달빛보다 낮은 조도의 조명은 나란히 앉은 남자와 여자를 향하고 있었다. 자줏빛 새틴 쿠션의 높은 의자에 앉아 조심스럽게 위아래로 흔드는 여자의 발끝이 남자의 날 선 바지 주름을 스쳤다. 구두의 뾰족한 끝에 단단한 정강이가 닿을 때쯤 남자의 낮은 음성이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조금 더 가까이...'


간격을 좁히려는 여자의 움직임이 잦아질수록 마티니잔의 곡선을 따라 그리던 남자의 손길이 급해졌다. 마주 본 남녀의 얼굴에 서로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한 잔 더 마실래?"


남자의 손가락이 매끈한 코팅지를 따라 미끄러지는 대로 여자의 짙은 갈색 눈동자도 움직였다.


'모히또, 코즈모폴리턴, 마가리타, 피나콜라다, 섹스온더비치...'


망설이는 여자에게 짓궂은 바텐더는 가장 노골적인 이름의 칵테일을 추천했다. 바닥에 가라앉은 인위적인 빨간색의 액체가 소용돌이치더니 여자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남자는 새로 주문한 마티니를 단숨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우리 진지하게 만나 볼까?"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유예한 여자는 빨간 체리를 집어 입에 넣었다.


"오빠, 그거 알아요? 체리 꼭지를 혀로 묶으면 키스를 잘하는 거래요."


수줍게 내민 그녀의 혀 끝에는 체리 꼭지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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