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어반복적 삶의 깊은 심심함 / 사람은 왜 후회할까 / 잔향을 남기는 것
"난 딱히 재밌는 게 없네
매일 그 일이 그 일이고
하루가 다르게 막 바뀌는
세상 속에 그 뻔한 어른 되기
(..)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는
큰일이 안 생기길 바라는
드럽게 재미없는 날들
한잔의 취기도 이제는
언젠가 했던 말 되풀이야
멍하니 알고리즘이
내게 권해주면 난 또 클릭하다 자"
넌 그냥 그렇게 흐를 거니
난 왠지 억울하고 분하다
내 남은 날이 예측되는 게
좀 불안한 게 그리 무섭나
난 지루한 게 더 무서운데
봤잖아 그때 그 선배들
뭐라도 설레는 걸 하자
수군대는 걔들은 신경 꺼
이런 얘길 나눌 수 있는 너와 나면
더 이상 누가 필요해
이젠 우린 뭔가 알잖아
우릴 떨리게 하는 것들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를 수 있어
꽤 남은 우리 날들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 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가을방학)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