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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민 Sep 07. 2022

너의 소중한건 뭐야?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 비대면 수업만 이어지다가 전면 등교가 시작되면서 아이들 간에 다양한 역동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이들 간에 갈등이 늘어났다는 건 어쩌면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기질적으로 사회성이 부족한 친구들, 주변에 다른 또래들과 교류가 적어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낮은 친구들 등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예전처럼 운동장에 나가면 무조건 만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학원에서 친구를 사귀는 시대가 되다 보니 영향이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아이들이 ‘친구’의 긍정적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친구데이(7월 9일을 기념하여)를 기획했다. 아이들이 친구의 칭찬글을 적어오면 복도에 공고문의 형태로 부착시켜준다. 가볍게 시작한 일이 생각보다 커져 크리스마스 날에 온 세상 아이들로부터 편지를 받는 산타 할아버지에 빙의하여 내 책상에는 편지가 가득하고 미친 듯이 편지를 읽어나갔다. 힘들다는 마음보다는 아이들이 친구들에 대한 칭찬을 정말 정성스럽고 예쁘게 적어와서 읽는 동안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하고 나도 친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고마워했던 건 생각보다 단순했다. 전학 왔던 나에게 처음 말을 걸어준 친구, 내가 힘들 때마다 괜찮냐고 물어봐 주던 친구, 열심히 반장의 역할을 묵묵히 하는 친구, 비가 오는 날 먼저 우산같이 쓰자고 물어봐 준 친구, 나의 소중한 물건을 주워준 친구. 좋은 친구가 되는 건 어쩌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사소한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마음이 사소한 건 아니다. 기억에 남는 칭찬글 중에 반짝이종이에 대한 글이 있었다.



OO아 고마워 왜냐면 내 반짝이 종이를 주워줬잖아. 고마워. 나도 너한테 소중한걸 주워주고 싶어. 너는 소중한 거가 뭐니?



편지를 읽다보면 아이들이 별의별 물건을 다주워준다는걸 처음 알게 되었다. 색연필부터 학교에 왜 있는지 알수없는 죽순까지. 처음에 반짝이 종이를 주워줘서라고 고맙다고 했을 때는 많은 편지들과 같이 느껴졌지만나의 소중한 걸 주워준 너의 소중한 걸 주워주고 싶다는 것까지 보고나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찡해졌다. 고마움을 전하는 것을 넘어서서 내가 받은 따뜻함을 그 사람에게도 돌려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전해졌다. 자연스럽게 나도 우리 친구가 말한것처럼 내 소중한 물건을 주워준 사람의 소중한 물건을 주워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가족, 친구들의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나도 그들의 소중한 것을 주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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