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뭐 하며 살지?

by Life Doctor 이기원

귀촌을 결심했을 때, 사람들은 내게 “거기 가면 뭐 하고 살아?”라고 물었다. 마치 도시를 떠나는 순간 삶의 기능이 멈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사실 나도 정확히는 몰랐다. 다만 매일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자동차 소음 대신 바람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바람이 내 생각을 조금은 덜 복잡하게 만들어 주길 바랐다.


귀촌 생활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고, 마당을 한 바퀴 걷는다. 별일 아닌 것들이 하루의 중심이 된다. 도시에서는 늘 “해야 할 일”이 앞에 있었는데, 여기서는 “해도 되는 일”이 앞에 있다.


며칠 전에는 장작을 패다가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따끔한 통증이 있었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이건 내가 직접 만든 흔적이니까. 손에 남은 그 작은 고통이,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저녁이면 된장찌개를 끓이고, 갓 지은 밥을 먹는다. TV는 켜지 않는다. 대신 라디오를 틀어놓고, 창밖이 어두워지는 속도를 가만히 바라본다. 도시에서는 밤이 순식간에 떨어졌는데, 여기서는 밤이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그 순간, 나는 아주 작은 행복을 느낀다.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너무 사소해서 행복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들. 하지만 그런 것들이야말로 내 삶을 지탱해주는 것임을 이제는 안다.


소확행은 거창한 계획에서 오지 않는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갈, 마당에 널어둔 빨래에서 나는 햇빛 냄새, 그리고 밤하늘에 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에서 온다.


가끔은 문득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아마도 답은 간단하다.


조금 덜 서두르는 법.

조금 더 잘 듣는 법.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법.


그게 내가 귀촌으로 얻은 가장 큰 소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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