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게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공감이 됐다
길을 걷다가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온 노래 하나에
발걸음이 느려진 적이 있다.
그날 내가 들은 건
이이경의 〈칼퇴근〉이었다.
웃기게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공감이 됐다
처음엔 그냥 웃겼다.
제목부터 솔직했고,
가사도 꾸밈없이 직설적이었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이렇게 당당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웃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아, 이 노래
나 얘기구나.
열심히 살아서 지친 사람에게
괜찮은 노래
〈칼퇴근〉은
대단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꿈을 이루라고 외치지도 않고,
더 버티라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이 정도면 충분해.”
“지금은 그냥 쉬어도 돼.”
그 말이 참 고마웠다.
유쾌한데 가볍지 않고
현실적인데 씁쓸하지 않다
이 노래가 좋았던 건
웃기기만 한 노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현실을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야근, 출근, 피로, 반복되는 하루.
다들 겪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걸 노래로 풀어내니
이상하게 숨이 트였다.
그날의 나는
조금 더 잘 걸을 수 있었다
노래 한 곡이
삶을 바꾸진 않는다.
하지만 하루의 결을 바꿔주긴 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 덜 심각해지고,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말할 수 있게.
그날 길을 걸으며
나는 괜히 웃었다.
가끔은
이런 노래가 필요하다
위로를 깊게 파고들지 않아도,
대답을 요구하지 않아도,
그저
같은 편에 서 있는 것처럼
함께 웃어주는 노래.
이이경의 〈칼퇴근〉은
그런 노래였다.
오늘도 열심히 버틴 사람이라면,
이어폰 속에서
한 번쯤 만나보면 좋겠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조금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