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공간
기차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도시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걸었고
자동차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나는 가방을 들고
익숙한 골목으로 걸어갔다.
몇 분 뒤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이 보였다.
낡은 3층 건물이었다.
벽에는 시간이 만든 흔적들이 남아 있었고
계단은 조금 삐걱거렸다.
하지만 이곳은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집이었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2층 끝방.
내 방이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철컥—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공기가 느껴졌다.
조그만 원룸.
한쪽에는 침대.
작은 책상.
그리고 오래된 옷장 하나.
벽지는 조금 낡았고
조명도 어딘가 어두웠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방을 둘러봤다.
잠깐 생각이 들었다.
“…좀 바꿔볼까.”
고향에 다녀오고 나니
왠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을
이 방에도 조금 담고 싶었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커튼이 살짝 흔들렸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을 검색했다.
“원룸 인테리어.”
사진들이 많이 나왔다.
모던 스타일.
심플한 가구.
밝은 조명.
나는 하나씩
사진을 넘겨봤다.
작은 공간도
분위기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였다.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나도 한번 바꿔볼까.”
그때였다.
문득
집주인 할머니가 떠올랐다.
이 건물의 주인이었다.
조용하지만
정이 많은 분이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할머니는
1층에서 살고 있었다.
문 앞에서
가볍게 노크를 했다.
똑똑.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나는 말했다.
“저예요.”
문이 열렸다.
할머니가
안경 너머로 나를 봤다.
“어?”
“왔어?”
나는 웃었다.
“네.”
할머니가 말했다.
“고향 갔다 왔다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머니는 문을 조금 더 열었다.
“들어와.”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니에요.”
“잠깐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할머니가 물었다.
“뭔데?”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을 조금 꾸며볼까 해서요.”
할머니가 눈을 깜빡였다.
“꾸며?”
나는 설명했다.
“벽지랑 조명 같은 거요.”
“원룸이 좀 낡아서…”
말을 하다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하지만 할머니는
잠깐 나를 보더니 웃었다.
“그래?”
나는 말했다.
“괜찮을까요?”
할머니는 손을 흔들었다.
“그럼.”
“네 방인데.”
나는 놀라서 말했다.
“정말요?”
할머니는 웃었다.
“네가 깨끗하게 쓰잖아.”
“그 정도는 해도 돼.”
나는 조금 안심했다.
“벽지도요?”
“바닥도요?”
할머니는 말했다.
“다 해.”
“단, 너무 이상하게만 하지 마.”
나는 웃었다.
“네.”
할머니는 덧붙였다.
“요즘 애들 인테리어 잘하더라.”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던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던 스타일로 해보려고요.”
할머니는 말했다.
“그래.”
“젊은 사람이 사는데
집도 밝아야지.”
나는 감사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전문 인테리어 업체 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네, 인테리어 상담입니다.”
나는 말했다.
“원룸인데요.”
“조금 바꾸려고 합니다.”
상담원은 친절했다.
“언제 방문 가능하세요?”
나는 말했다.
“내일 괜찮습니다.”
약속이 잡혔다.
나는 방 한가운데 서서
다시 한번 공간을 바라봤다.
낡은 벽지.
어두운 조명.
작은 가구들.
하지만
조금만 바꾸면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될 것 같았다.
나는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밝은 벽지.
나무 느낌 바닥.
따뜻한 조명.
작은 책장.
그리고
조금 더 넓어 보이는 구조.
적다 보니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이 방은 작았지만
그래도 나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힘들었던 하루가 끝나고
돌아오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창문 옆에 서서
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불빛이
천천히 켜지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힘든 일도 많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방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면
내 마음도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좋다.”
작은 변화.
하지만
그 변화는
다시 내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새로운 방을 상상하며
조금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