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밤, 그리고 쉬어가는 날
방 안에는
조용한 밤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앉아
노트를 펼쳐 놓고 있었다.
그 위에는
인테리어 계획이 적혀 있었다.
벽지 색.
조명 위치.
가구 배치.
작은 방이지만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았다.
나는 연필로
책상 위치를 다시 그렸다.
“음…”
침대는 창문 쪽으로.
책상은 벽 쪽으로.
작은 책장은
문 옆에 두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한참 동안
방 구조를 바꿔 보며 그림을 그렸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몸이 슬슬 피곤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은 전기포트를 켰다.
물을 붓고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보글—
물이 끓기 시작했다.
나는 컵을 꺼냈다.
코코아 가루를
한 스푼 넣었다.
뜨거운 물을 부었다.
달콤한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나는 컵을 들고
침대 위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을 켰다.
영화 하나를
틀었다.
잔잔한 영화였다.
화면 속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하고
따뜻했다.
오늘 하루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고향에서 돌아온 하루.
방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도 세우고.
이렇게
조용한 밤도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조용히 흘러갔다.
나는 어느 순간
화면보다 생각에 잠겨 있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
힘들었던 순간들.
하지만
민수와 동료들.
그리고 어머니.
생각해 보면
버틸 수 있는 이유도 분명 있었다.
나는 코코아를
마저 마셨다.
컵 바닥에
조금 남은 코코아를 보며 말했다.
“…내일도 출근이네.”
영화가 끝났을 때
시계를 보니
자정이 조금 가까워져 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작은 방 안은
조용했다.
나는 천장을 보며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곧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가 울렸다.
삐—
나는 눈을 떴다.
출근 시간이었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가방을 챙겼다.
어제 사 온
단팥빵과 녹차 과자도 넣었다.
“동료들 줘야지.”
나는 집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조금 차가웠다.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물류센터 건물이
멀리서 보였다.
나는 익숙한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민수가 먼저 나를 발견했다.
“왔네!”
나는 웃었다.
“응.”
나는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봉투를 꺼냈다.
“이거.”
민수가 물었다.
“뭔데?”
“고향 갔다 와서.”
나는 단팥빵을 건넸다.
민수 눈이 커졌다.
“와.”
“이거 진짜 맛있는 거 아니냐?”
나는 웃었다.
“먹어봐.”
옆에 있던 동료들도
하나씩 받았다.
“고맙다.”
“잘 먹을게.”
작은 웃음이
주변에 퍼졌다.
민수가 말했다.
“신입 아니고 이제 형 같다.”
나는 웃었다.
“뭐야 그게.”
그때
팀장이 말했다.
“다들 준비해!”
사람들이
자리로 움직였다.
나는 스캐너를 들었다.
오늘도
일이 시작됐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트럭이 들어왔고
박스가 내려졌다.
나는 스캐너를 들고
바코드를 찍었다.
삑.
삑.
그런데
생각보다
물량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도
조금 여유 있는 분위기였다.
민수가 말했다.
“오늘 적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작업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거의 정리가 끝났다.
팀장이 말했다.
“오늘 여기까지!”
사람들이
서로를 봤다.
“벌써?”
민수가 웃었다.
“이런 날도 있네.”
나는 시계를 봤다.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었다.
그때 팀장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내일!”
사람들이
팀장을 바라봤다.
팀장이 말했다.
“회사 설립 기념일이다.”
“내일 쉰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진짜요?”
팀장은 웃었다.
“주말까지 붙는다.”
“3일 휴식.”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환호가 터졌다.
“와!”
민수가 내 어깨를 쳤다.
“야!”
“3일이다!”
나는 조금 놀라면서 웃었다.
“…그러네.”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며칠 동안
쉬어갈 수 있다는 생각.
민수가 말했다.
“뭐 할 거냐?”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집 좀 꾸미려고.”
민수가 웃었다.
“인테리어?”
“오.”
나는 웃었다.
“작은 방이라도 좀 바꿔보려고.”
민수가 말했다.
“좋다.”
“그래도 쉴 때는 쉬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류센터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아직 밝았다.
나는 깊게 숨을 쉬었다.
3일.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번 휴식 동안
방도 바꾸고
조금 쉬고
그리고 다시
힘을 내보자.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