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인 나는 밥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뇨 19년, 약을 내려놓고 밥을 다시 배우다

저는 당뇨 진단을 받은 지 어느덧 19년 차 당뇨환자입니다.

그리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의료진과 상의 하에 당뇨약을 끊은 지는 벌써 5년차이구요. 제가 당뇨약을 복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약 없이 혈당이 괜찮은가요?”입니다.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힘들긴 해도 건강한 생활습관에 길들여지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약을 함부로 끊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한 환자의 사례’일 뿐이며, 모든 당뇨 환자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이든 식습관이든,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약을 믿고 살았습니다. 약만 꾸준히 먹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떡이나 과자, 빵 같은 걸 마음껏 먹으면서 ‘어차피 약이 혈당을 잡아주니까’ 하고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 몸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분명히 혈당 수치는 정상 범위인데, 손발이 저리고, 쉽게 피곤해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겁니다. 그제야 깨달았죠. 약은 혈당을 조절해주는 중요한 도구지만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지 않는 한 제 몸속에서는 여전히 병이 진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당뇨는 단순히 혈당이 높아지는 병이 아닙니다. 우리 몸이 혈당을 조절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그 결과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병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당뇨약을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혈당 수치만 보고 안심합니다. 마치 열이 나는데 해열제를 먹고 체온만 떨어뜨린 뒤, 원인을 찾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오해하셔서는 안됩니다. 저는 의사가 아닙니다. 약을 끊으라고 말씀드리는 게 결코 아닙니다. 당뇨약은 분명히 필요할 때가 있고, 의사의 지시 없이 함부로 끊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약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나는 약을 먹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식단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약을 먹던 시절에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몸은 속지 않았습니다. 약은 혈당 수치를 낮추어줄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잘못된 식습관은 계속해서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과정을 통해 진짜 혈당 관리를 시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언제 먹는 게 좋은지, 내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를 하나씩 배우며 관찰하고 실천을 했어요.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제 몸은 금방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식단을 바꾸고, 생활습관을 조정하자, 눈의 통증도 사라지고, 체력이 회복되고, 무엇보다 혈당이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혈당 관리는 ‘주체적인 삶’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식단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당뇨 관리라고 하면 밥과 빵, 면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밥을 뺀 식탁은 오래가기 힘듭니다. 특히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하잖아요. 밥을 포기하면 식사 자체가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다른 접근을 권합니다. 밥은 밥이되, 혈당을 자극하지 않는 밥을 준비하는 거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단백질과 지방을 곁들여서 함께 구성하면 밥 자체가 ‘완전식사’가 됩니다. 이렇게 하면 억지로 참는 식단이 아니라, 맛있게 즐기면서도 혈당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밥만 덩그러니 먹으면, 포도당이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이 급격히 오릅니다. 하지만 밥과 함께 단백질(고기, 두부, 생선)이나 지방(올리브유, 참기름 등), 채소류 등을 같이 먹으면, 음식이 위에서 천천히 내려가고, 혈당이 한 번에 확 오르지 않고 완만하게 올라가게 되죠. 여기에 인슐린을 돕는 호르몬도 함께 분비되어, 혈당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겁니다.


자 그럼,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아주 훌륭하면서, 또 제가 즐겨 먹는 두 가지 약선요리가 있는데요. 연근탕밥과 가지밥입니다. 탄수화물만 덩그러니 먹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과 좋은 지방, 풍부한 채소가 함께 들어가니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포만감도 오래갑니다. 무엇보다 반찬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간편하면서도, 한 끼 밥상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당뇨 환자도 ‘밥심’을 포기하지 않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약선요리인 셈이죠.


연근탕 밥

재료: 연근 100 – 200g, 5분도쌀 1C, 삶은 무청시래기 100g, 소고기 100g, 소금 1t, 올리브유, 통깨 약간, 참기름 약간

양념 소스: 간장 2T, 다진 파 1T, 다진 마늘 1t, 통깨, 들기름, 다진 홍고추 혹은 고춧가루


1. 연근을 깨끗하게 세척 후 껍질을 벗기고 깍둑썰기 한다.

2. 5분도쌀을 깨끗이 씻어 30분 정도 불린 후 물기를 뺀다.

3. 삶은 무청시래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소고기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무청시래기, 소고기, 연근을 넣고 중불에서 3분 정도 볶다가 물을 붓고 불린 쌀을 넣어 끓으면 약불로 낮추고 10분간 뜸을 들인다.

5. 뜸을 다 들인 후에 양념장과 함께 낸다.

*규합총서 고조리서에 우분죽이 나오는데 연근밥을 응용한 당뇨 환자식

*약선 식재료에 궁합을 맞춘 요리 – 규합총서에는 시래기, 연근, 돼지고기가 재료이다. 약선 설계에는 군,신,좌,사로 구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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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선 용어>

군: 가장 주된 효능이 있는 재료. 처방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재료

신: 군의 보조 재료. 군의 역량이 부족할 때 첨가하여 효력을 증강시키는 재료

좌: 군신의 재료가 너무 지나쳐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감시하고 억제하는 재료

사:약선의 힘이 필요한 장부경락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인경 작용을 한다. 전체 재료들을 조화시키는 작용.


규합총서의 연근탕밥

군: 연근

신: 무청, 5분도쌀

좌사: 소고기

환자나 일반인이 먹기 편한 대중 약선음식으로, 고조리서에 나와 있는 연근탕밥을 당뇨환자도 먹을 수 있는 한끼 영양밥으로 만들어봤습니다.


가지밥

재료: 가지 3-4개, 표고버섯 2-3개, 다시마 혹은 표고 우린물 1C, 멥쌀 1C, 통깨 조금, 다진마늘 1t, 올리브 오일 넉넉하게, 고추기름 1T

양념 소스: 간장 1-2T (가감), 대파 1대, 다진 마늘 1T, 생강즙 1t, 통깨, 참기름, 물 약간 (간장 짠맛 조절)


1. 가지는 깨끗이 세척한다.

2. 쌀을 30분간 불려서 물기를 제거한다.

3. 가지를 도톰하게 썰어둔다. (도톰하게 썰어야 먹음직스럽다.)

4. 달군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가지를 넣고 볶아서 수분을 날린다.

5. 냄비에 쌀을 붓고 채소수 (다시마 + 표고 우린물) 150ml를 붓는다. (쌀 1C이면 물도 동량 1C이지만 가지가 들어가므로 물을 50ml 적게 붓는다.)

6. 채썬 표고도 같이 넣고 밥을 한다.

7. 밥이 다 되었으면 올리브유를 넉넉히 부어주고 통깨를 뿌린다. (올리브유 대신 버터 한 조각을 넣으면 풍미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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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임서우 치유음식 해독요리·약선요리 연구가

저는 19년째 당뇨와 함께 살아가는 환자이자, 치유음식 해독요리·약선요리 연구가입니다. 저는 의사나 약사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자리에서 환자분들과 같은 시선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당뇨를 겪으면서 느끼는 두려움, 식단을 바꿔야 할 때의 막막함, 그리고 밥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저 역시 똑같이 겪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건강을 위해 맛을 포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했고, 오히려 맛있으면서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레시피를 연구해왔습니다. 연근탕밥이나 가지밥 같은 한 그릇 약선요리는, 환자도 가족도 함께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며 만든 결과물입니다.

저는 전문 의료진이 아니기에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로서 직접 부딪히고 연구해온 경험이 있기에, 오히려 더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팁을 드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의 작은 노하우와 연구가 같은 길을 걷는 환자분들께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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