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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진우 May 24. 2021

안 철학적이고 싶은 철학 에세이 - 겸손

겸손

  개인적으로 철학을 배우며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건방져질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서문에서도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철학을 배웠다면 다들 한 번쯤은 어떤 부류나 인간 일반을 보면서 ‘왜 저러나’하는 생각을 해보지들 않았을까. 그러면서 가슴 한편에는 철학 대중화에 대한 열망의 불씨를 키우기도 한다.

  철학 또한 어느 정도 역지사지에 이바지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스스로의 생각을 고착화시키고 오히려 나름의 논리와 정당화를 통해 그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나만을 본다면 전자보다 후자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특히나 이성과 합리를 강조하는 철학에 끌리게 된다면 주변에서 끝도 없이 찾을 수 있는 비합리에 치를 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생도(또는 철학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여러 인간관계를 접하거나 깊은 관계를 만들어보는 것이지 않을까. 물론 당장에 내가 나만의 생각에 심취해 있다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관계를 통해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사람을 누구나 완전하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결함과 단점이 보이겠지만, 우리가 문학을 통해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사람을 통해 자신을 비쳐본다. 소설 속 등장인물을 보며 나와는 다른 타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듯이, 우리는 관계를 통해 깨지고 파괴될 수 있다.

  ‘탁상공론’이 꼭 행정 업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만 하더라도 철학과 나만의 생각에 흠뻑 빠져있을 땐 나름의 계획이 다 있었다. 그러나 타이슨이 그랬다고 했나,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쳐맞기 전까진.”이라고. 현실 세계에서는 당장에 나부터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물론 철학의 대중화라는 것이 조금 더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성숙하게 개진하며 주고받을 수 있는 데 이바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나는 그것에 필연적으로 깔리기 쉬운 우월감을 경계하고 싶다. 내가 특히나 건방진 사람이었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존중의 자세가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고작 26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동양철학이 좋아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조금 더 관계에 집중한 철학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것이 자연과의 관계든, 사회(또는 인간)와의 관계든 말이다. 관계는 어떤 고집이든 고착화를 배제시키려는 생물 같다. 사람이란 끊임없이 안정을 추구하는 존재라면, 그가 갖는 관계는 반대로 그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며 겸손하게 만들며, 그 움직임의 부드러움을 위해서라도 겸손함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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