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거스를 수 없는 힘_운명은 어떻게 개인을 바꾸

by 오인환

거스를 수 없는 힘, 그것을 운명이라고 한다. 청나라 12대 황제의 선통제의 이야기를 들으면 운명은 개인이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통제는 광서제의 이복동생의 아들로 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됐다. 재위 5년 뒤 청에서는 혁명이 일어난다. 이 혁명에 의해 그는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후에는 만주국 초대 황제로 다시 추대됐다. 이후 세계 대전 중 소련 포로로 있다가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중국으로 송환됐다. 북경에서 특사로 풀려난 그는 북경식물원의 기계수리상점에서 일하다 1967년 사망한다.

원나라 중팔이 이야기는 더 기가 막히다. 중팔이는 중일이, 중이, 중삼이, 중사, 중오, 중육, 중칠이에 이은 여덟 번째 아이였다. 그의 부모는 거지였고 당시에는 엄청난 기근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을 때 였다. 그때 중팔이의 부모와 형제도 모두 죽는다. 모두를 잃은 중팔이는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부모 장례를 치룬다. 그리고 홀연히 중으로 떠난다. 그렇게 중으로써 살기로 결심한 어느 때, 홍건적이 들이닥친다. 중팔은 무심한 세상을 대신하여 홍건적 대장에게 크게 대든다. 그 기개에 반한 홍건적 대장은 중팔이를 호위무사로 임명한다. 중팔은 홍건적에 합류한다. 도적으로 활동하던 그는 가난하고 헐벗은 백성을 보며 지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도적임에도 불구하고 되려 백성들에게 베풂을 행하던 그는 이후 중국의 성을 점령한다. 백성에게 선망을 얻은 후 그의 기세는 더욱 높아진다. 얼마 뒤에는 원을 붕괴시키고 스스로 국가를 세워 이름을 '명'으로 고친다. 명태조 주원장이다.

시대마다 개인이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고종의 손자 중에는 꽤 훤칠한 인물을 가진 왕자가 있었다. 그는 조선 경성부 사동궁에서 태어났으나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일본 육군대학교를 졸업한다. 대한제국 황실의 후예지만 어쨌거나 일본 제국의 육군에 입대하여 중좌라는 계급까지 오른다. 일본 제국 육군의 중좌에 오른 그를 보고 '친일파'라고 부르는 이도 있지만 '왕공가궤범'이라는 당시 법조항 중 제 4장 서훈임관 59조에는 '왕, 왕세자, 왕세손, 공은 만 18세에 달한 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육군 혹은 해군 무관에 임명한다.'라는 조항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알려졌다. 그는 일본인들에 의해 일본인과 정략 결혼을 강요 받았지만, 결국 한국 여인과 결혼하기로 한다.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를 사용하여 당시 마찰이 잦았고 일본 문화나 음식을 기피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형제와 다르게 그는 독립 활동도 준비했었다. 중국으로 발령을 받은 후에는 3년에 걸쳐 독립을 위해 힘썼으나 활동 내역이 알려져 다시 일본 히로시마로 전출된다. 8월 6일 오전 8시 15분, 그가 히로시마에서 첫 출근을 하는 날, 미국 항공기는 역사상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히로시마 600미터 지점에 터트렸다. 향년 32세 일본 제국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관저 앞에서 그는 생을 마감한다. 이우 왕자의 이야기다.

나 같은 범인에게는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어떤 강력한 흐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었다 놓는 것은 적잖다는 것이다. 영조 11년, 영조와 후궁 영빈 사이에 외아들로 태어난 사도 세자는 조지 워싱턴보다 3살이나 동생이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었을 때, 다른 대륙에서는 2년이나 앞서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간했다. 또한 이집트에서는 수에즈 운하착공이 시작됐다. 시대가 급변할 때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나는 어느 위치에 있는가. 혹시 남들과 같은 시간을 살며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어쩌면 책에서는 지금의 시대적 흐름을 조금이라도 알려주는 힌트가 담겨지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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