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꿈을 노인으로 상정한 후,

나의 꿈을 단 하루도 실패하지 않는다

by 오인환

꿈을 노인으로 상정한 후, 나의 꿈을 단 하루도 실패하지 않는다. 저절로 성공으로 무르익으며, 저절로 완성되고, 저절로 이뤄진다.

'노인'이 되고 싶다. 지나온 과거가 모두 아름답게 기억되고 다가 올 미래가 전혀 두렵지 않은 나이가 되고 싶다. 눈만 껌뻑거리며 병원 천장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 사지를 쓰지 못하는 무기력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가만히 누워 하나 둘, 곱씹어 볼테다. 내가 만났던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떠올려 볼테고, 내가 했던 말과 스쳤던 생각을 곰곰히 되집어 볼 것이다. 죽을 때까지 쓰지도 못할 통장 잔고를 '젊음'과 맞교환 했음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하나 둘 떠올릴 머릿속 자산을 꺼내 쓸 것이다.

'노인'이 되면 무엇이 좋은가.

즉문즉설로 많은 이들의 고민에 대답을 하는 '법륜스님'에 따르면,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말에는 서른과 지금의 차이가 없단다. 사람들은 젊은이보다 노승의 조언에 더 귀를 기울이고 그곳에서 더 많은 배움을 얻는다. 무엇을 알려주는지 보다, 무엇을 알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원효대사에게 깨우침을 준 '해골물'은 '원효대사'보다 더 나은 존재이기 때문에 깨우침을 준 것이 아니다. 때로는 미물에게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누구가'에게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주기'보다 '받게' 해야 한다. 그것을 그렇게 되게 하는 데에 '나이'가 최고다.

사람이 무르익는데 물리적 시간을 대중은 알고 있다. 같은 말도 나이에 따라 하면 다르다. '흰머리'는 신뢰의 훈장이고, 주름은 깊이의 흔적이다. 물론 모든 노인에게 그것이 맞는 건 아니다. 고로 어른다운 어른이 핵심이다. 내가 노인이 될 나이가 되면 노인은 많은데 젊은이가 부족한 날이 온다. 과거 '노인의 조언'이 '귀중했던 시기'는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앞으로 '노인의 조언'은 귓바퀴 안으로 감겨 들어가지 않는 '잔소리'가 될 것이다. 그 시기에 '벗'도 없이 아는 것은 없고 말만 하고 싶어, 안달난 노인네는 되고 싶지 않다.

'성욕'도 '물욕'도 '식욕'도 모두 내려 놓을 나이가 되면 가장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과거와 지금의 후회에 대해 차가운 판단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의 내가 보이지 않는 지금의 '나'를 그때의 나는 바라볼 것이다. 그것도 아주 차갑고 이성적으로 바라 볼 것이다. 끓던 물이 식으면 잠잠해지듯, 그 속을 완전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노인'의 나는 차갑게 바라 볼 수 있다. 인간의 욕심 중 가장 추하다는 것이 '노욕'이다. 내려 놓지 못한 노인의 욕심이다. 성숙하는 것은 '내려 놓는 것'과 닮았다. 모든 것을 내려 놓았을 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보이겠는가. 아직 펄펄하고 끊는 나이라,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저절로 이뤄지는 꿈을 꾸고 난 뒤부터, 자존감은 남달라졌다. 나는 어제보다 더 성장했다. 성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 다만, 격에 맞는 옷을 입고자, 더 공부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 기왕이면 풍요로워야 하고, 기왕이면, 지혜로워야 하며, 기왕이면 건강해야 한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이뤄질 꿈과 목표지만 그것을 더 온전하게 즐기기 위해, 이뤄내야 할 것들이 생겼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며, 더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그 가치에 걸맞는 격을 갖추기 위해 더 나아져야 했다. 그러고 보니, '외모', '고급승용차', '비싼 명품'.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0년 뒤면 모두 고물이 되어 버릴 것들... 30년 뒤에도 가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본래 목적이던 것들이 '수단'이 되면서, 마음은 가벼워지고 의욕은 더 불타오른다. 본래 태양을 향해 던지면 달까지 간다고 했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지만, 감에도 잡히지 않는 '충실'이라는 말이, '노인'이라는 목표에 견주어보니 명확하게 할일을 챙겨 갖게 됐다. 꿈을 노인으로 상정한 후, 나의 꿈은 단 하루도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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