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점을 들렸다. 문뜩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어보고 싶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서점 직원분께 법정스님의 무소유 있냐고 물었다. 이 책을 오래전에 읽어 봤던 기억은 있으나 '무소유'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순수하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스님이 타계하신 후 절판됐다고 하셨다. 또한 중고 거래에서도 꽤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머쓱하게 알겠노라 말씀드리고 둘려보다가 보였던 책이다. 얼핏 너무 많은 걸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요즘이었다. 소유한 다는 것은 꼭 '돈'이나 '물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정리해야 할 일들과 잊혀야 할 일들, 신경 꺼야 할 일들과 어설프게 얽혀있는 인간관계들, SNS와 지난날 내가 행했던 과오와 실수들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좋건 좋지 않건, 얽매여 있음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고 현실을 살면서 과거에 묶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했다. '무소유'가 아니라면 어떤 걸 읽으면 마음을 비워낼 수 있을까? 이 책은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어 있었다. 얼핏 '1일 1식'과 표지나 제목이 비슷하여 몇 번을 헷갈려했던 기억이 있던 책이다. 나는 이 책과 더불이 1일 1식도 함께 구매했다.
'중요한 것만 남기고 버려라' 이 책은 제목이 곧 내용인 책이다. 사실 책 한 권을 잘 읽었다고 세상 모든 것들에 있어서 속박이 해방된다면,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간 스님들은 수 십 년 간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삶은 나이가 차면서 차분히 세상 속에서 풍파에 모난 부분을 마모시키는 일이다. 점점 둥글둥글해져 가는 일에는 '단칼'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둥글둥글해지고 싶은 마음을 역시 '나'스럽게 해결하고자 했다. 내가 뺀 단칼은 이 책이었다. 이 책은 어떤 해결책도 알려주지 않았다. 꾸준하게 해결 방법을 이야기 해주곤 있으나, 이미 그 정도는 스스로 고민해 본 듯한 일들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현실의 나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해답자를 옆 나라에서 찾으려고 했던 건, 참 우스웠던 일인 것 같다. 질문자가 자신이 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이것저것 찾아다니는 꼴이다. 내가 만들어낸 상황을 누군가는 기가 막히게 공감하도록 해답을 내줄 거라는 대단한 착오는 역시나 이 책을 읽으며 실망감을 주었다.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다. 아마 나의 문제를 가지고 가장 많은 고민을 해본 사람은 이 지구 상 70억 인구 중 단 한 명 밖에 없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피붙이라는 형제, 자매 혹은 부모도 모두 나의 고민에 나만큼이나 생각해 보질 못한다. 고로 내가 하고 있는 문제의 정답은 이미 내가 잘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의 문제일 뿐이다. 새벽 5시에 눈을 뜨고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열심히 나 스스로 알람을 맞추어 실천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알람이 울리면, 더 자고 싶은 마음이 하늘과 같다. 다만, '아.. 어떻게 일어나지, 어떻게 일어나지'를 외울 뿐이다. 일어나는 방법에는 '어떻게'라는 것이 존재할리 없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일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면 그만이다.
다만, 하기 싫을 뿐이다. 우리 아버지는 항상 하셨던 말씀이 있으시다. "때가 되면 되게 돼있다." 그때를 내가 조절하려고 하니 힘들 뿐이다. 사실 새벽 5시마다 일어나는 일이 참으로 괴롭다 하더라도, 군대 있던 시절 보초를 서기 위해 밤잠을 자다 말고 두 시간씩 비나 눈을 맞으며 서 있다가 다시 잠에 들고 했던 기억도 있다. 사실 모든 일들은 자신이 그래야만 하는 시기가 오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는 듯하다.
'내려놓고 놓고 싶다', '내려놓고 싶다.' 마음속으로 수차례를 외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눈을 뜨는 일보다 감는 일이 더 맘이 쓰이기 때문에,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내려놓지 못한 이유는 어쩌면, 내려놓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참 별거 없는 책이다. 다시 읽을 만한 가치를 느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운동선수 열심히 운동하고 받은 하나의 트로피는 찻장에 들어가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다시 꺼내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그것을 지켜보는 일 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위로를 안겨준다. 그 자체가 자신이 걸어온 길이고 역사고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으로 나의 서재 책꽂이에 꽂혀 나의 역사가 되고 생각이 되고 걸어온 길과 정체성이 될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받은 하나의 훈장처럼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인생을 바꿀만한 엄청난 책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건 나는 이 책을 다시 펴볼 일은 없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