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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4. 2024

[수필] 따뜻한 말과 차가운 말_언어의 온도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 따뜻한 말이 있고 차가운 말이 있다. 어떤 말은 포근히 감싸주고 어떤 말은 냉철하게 찌른다.

 온도가 쓰임이 있듯, 언어도 그렇다. 따뜻함이 필요한 시기와 차가움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언제나 포근한 말이 강한 것은 아니고, 언제나 차가운 말이 강한 것도 아니다. 각자는 그 시기마다 적절히 누군가를 위로하고 누군가를 성장시킨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말은 적절히 사용된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다. '희대의 탈옥수'로 유명한 '신창원'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돈 안 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를 와. 빨리 꺼져"

그 말이 그를 범죄자로 만든 계기라고 했다. 그는 '만약 너는 착한 놈이다.'라고 한 번만 말해 주었더라도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스스로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과연 그 말이 적절하게 의도한 대로 전달되는가. 스스로를 돌이켜 생각한다. 생각해 보건데, 살면서 후회가 되는 일은 대체로 '말'과 연관되어 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까'

 후회를 돌이켜 보건데 '말'이라는 것을 어떻게 다루냐는 몹시 중요하다. 길들여지지 않은 말은 때로 말을 듣지 않거나 미쳐 날뛰거나, 때로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말의 입에 물린 고삐를 당겨 겨우 조련하는 '말 조련사' 만큼이나 자신의 입에 고삐를 물려언어를 조련하는 '말 조련사'도 능숙한 재능이 필요하다.

 입 근처에서 조련되지 않은 말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날뛰도록 내버려 두는 동안, 이 주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가만 보면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무방비하게 방치하다가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일이 잦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남을 속이면 기껏해야 벌을 받지만, '나를 속이면 더 어둡고 무거운 형벌을 당하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형벌을...'

 남을 후려친 고삐 풀린 망아지가 결국 남을 상처 입게 하지만,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그 주인이다. 남을 다치게 하고 다시 나를 다치게 할 정도로 자신의 '말'을 조련하지 못하는 '미숙한 조련사'로 살아가며 꽤 다양한 후회를 하게 된다. 입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소리는 '정보'를 담고 줄줄이 귀를 타고 들어간다. 그것이 머리로 들어가면 '기체'처럼 퍼져 나간다. 그것은 상대의 이곳 저곳에 스며든다.

 사람의 영향력은 별 없으면서 언제나 무한하다. 우리는 당장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수도 있고,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신'만이 가능할 것 같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속담에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1999년, 영어 강사였던  한 중국인이 자신의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다. 그렇게 그는 일본의 투자자 '손정의'를 만나고 이 만남으로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탄생한다.

 중국인 영어 강사는 중국 최대 부자인 '마윈'이었다. 손정의는 마윈의 비전에 감명 받아 단 5분 만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는 아주 성공적이었고 마윈은 중국 최대 부자가 됐고, 손정의 회장의 투자금 또한 초기 투자금의 수백 배로 올랐다.


 어떤 말을 하고 살고 있느냐는 실제 그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살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살고 있는가. 다만 우연히 시작한 책에서 이기주 작가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으며 꽤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어떤 상처는 유의미하게 회복된다. 어쩌면 이또한 언어의 힘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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