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삶의 중심에 자리잡은 시대에, 한가지 직업만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시대의 불안정성이 만들어낸 비극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돌파하는 것은 시대를 평가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취해야 할 자세다.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혹은 개인의 취향과 능력을 활용하여 제2의 인생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때로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시대의 불안정함에 대해 반대쪽 '헷징'을 해두는 것은 '심리적 안정'에 충분히 도움을 준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내가 갖고 있던 철학이다. '들어오는 물길을 여러 방향으로 열어두고 나가는 물길을 한 방향으로 틔어 놓는 것'말이다. 실제로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삶의 자기주도성과 독립성, 자아실현을 위해서 단일 직업은 조금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그렇다고 직업 선택을 극단적으로 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바가 아니다. 목수를 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요리사를 하면서 변호사직을 도전하라는 것도 아니다. 직업의 규모를 지나치게 축소하지 말고, 경제 행위 자체를 '직업'으로 규정한다면 우리는 꽤 많은 직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만 보더라도 그들의 직업은 노래를 부르거나, 연기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새부터 '예능인'이라는 포괄적 영역이 생겼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나 가수, 배우 등이 여기에 속하며 '예능'에 출현한다. 이들은 간혹 음반을 내거나 출판을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후배 양성 사업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생님'은 '선생님'으로, '의사'는 '의사'로, '요리사'는 '요리사'로써 직업을 국한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모두는 언제든 '유튜버'가 될 수 있고, '작가'가 될 수 있으며, 간단한 다른 직업을 병행할 수 있다. 여기서 주업은 부업에 굉장한 컨텐츠가 되기도 한다.
책에 등장하는 각각의 사례는 저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천 가능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중에는 익숙한 배달 아르바이트나 온라인 판매 같은 전통적 투잡도 있지만 최근 떠오르는 톤텐츠 제작이나 인공지능 활용 직업, 온라인 클래스 제작 등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반영한 정보도 여럿 있다.
책에서 소개한 투잡 아이디어 중 인상 깊은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를 넘어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현대인들이 투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 창출 이상의 가치다. '내 삶에 대한 주체성'이라는 메시지가 일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다양한 사례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면서도 독자의 입장에서 과연 나에게 맞는 투잡은 무엇일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마치 작가가 독자에게 직접 '다신은 지금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하고 묻는 것 같다.
작가가 제시한 투잡 아이디어중 특히 마음에 끄는 것은 역시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블로그나 뉴스레터, 유튜브 등을 활용한 컨텐츠 제작 분야다. 이미 많은 이들이 뛰어 들었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개인의 독특한 관점과 꾸준한 성실함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 가능한 분야다. 책은 구체적인 실행 방법뿐 아니라, 독자가 이를 자신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도록 도와주는 실용적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채널이 있다. 이 운영 채널을 유지하면서 이것을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일종의 취미생활 중 하나다. 다만 이또한 어떻게 보면 넓은 범주에서 '직업'에 속할 수도 있다.
'눈치'를 살피다가 어느 적절한 순간에 이런 것들이 적합하게 사용될지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은 가능성이고 그 가능성은 최대한 열어 놓는 자세가 중요하다. 삶은 개인의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의 연속이다. 이 책은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기자'라는 삶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불확실한 현실의 앞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101가지 투잡'은 우리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것을 현실로 옮길 용기와 방법을 몰랐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책은 등불 역할을 할 것이다. 한줄씩 살펴 읽다보면 순간 내가 모르는 가능성의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