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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쓸 글이 없다_그러나 왜 글을 쓰는가

by 오인환

시간은 11시 9분.


나름 수년 지켜온 습관이라 포기긴 힘들다. 대충 아이 사진 하나 올리고 일단 운을 띄운다.


'시간은 11시 9분'이라고...


글을 쓰고 몇자를 적다가 지우다가 반복하니 11시 10분이다. 쓸 글이 없어서, '쓸 글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쓸 글이 없다'가 소재가 되어 글이 쭉쭉 나오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참 신기했던 것이 어떻게 '신문'은 항상 채워져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9시 뉴스'는 '평화로운 하루'라면 어쩌려고 '편성표'를 꽉 채워 두었나, 하고 의심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마 '쥐어짜기'이지 않을까 싶다. '쥐어짜기'는 좋은점과 나쁜 점이 있다. '좋은 점'이란 끊어지지 않고 약하게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것이고, '나쁜점'이란 그렇게 나온 '소재'가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매일 이야기를 '쥐어짜'야만 하는 압박은 '취재'라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꽤 숨겨져 있는 사회의 이면을 파도록 만든다. 드러날 때까지 묵혀둔 이야기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쥐어짜다보면 그렇게 숨어져 있는 무언가 나온다.


얼마전 '7세 고시'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취재로 시작한 이야기는 점차 사회 다양한 인물들이 관심이 갖기 시작했다. 이해관계가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 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쩌면 다른 뉴스가 크게 나오지 않으면 이야기는 더 확대될 것이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아마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줄어들 것이다. '쥐어짜기'는 이처럼 그 시작이 '쥐어짬'에서 나오지만 불현듯 사회의 중간부로 들어가기도 한다.


'주식시장'을 봐도 참 재미있다.

경제 뉴스에 관심이 없으면 알 수 없겠지만 경제 뉴스에 주가가 오른 이유와 주가가 내린 이유가 적혀 있다.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

하루도 가만히 있지 않고 오르고 내리는 그 변동에 모든 서사를 입히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떤 주식은 굉장히 큰 악재에 큰 상승을 했다. 상승을 했던 이유는 '불확실성 해소'다. 어떤 주식은 굉장히 큰 호재에 큰 하락을 하기도 한다. 이유는 '재료소멸'.

상황은 반대에서 반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주식이 어렵다고 하는가 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주가가 매우 어지럽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지럽다'는 표현이 맞는 듯 하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른다는 사람이 있고, 내린다는 사람이 있다.

'미래 예측'에 전문가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사실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고, 힐러리와 트럼프의 경쟁에서 트럼프를 비웃었다. 영국이 브렉시트라는 멍청한 선택을 할리가 없다고 했고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지나고보면 사실 모두가 틀렸다. 세상의 모든 형상에는 '논리'와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갖다붙이기 나름이다.


그렇다.


모든 논리는 '사후'에 붙는다. 대부분의 자연과학도 그렇게 정의됐다. 대부분의 화학, 물리적 현상들도 실수나 우연에 의해 발견된다. 인간이 뭔가 의도를 가지고 완전하게 해낸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오만이다.

아인슈타인도 틀리고 뉴턴도 틀렸다. 그들이 위대한 것은 전지전능함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오류와 의심 위에 새로운 발상 하나를 더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와 논리란 결국 결과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자국에 불과하다.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뒤늦게 발명된 언어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나중에서야 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우리의 논리는 실패를 해석하기 위해 발명됐고, 혼란 속에서 의미를 발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로 '일단' 하다보면 '결과'가 만들어진다. 잘하고 못하고는 필요없다. 일단 하다보면 된다. 그러면 나중에 '결과'가 나왔을 때, 때로는 '못'했던 그 것이 중심이 되어 '결과'로 이끌었다는 '논리'가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글의 논리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동안 시간은 11시 33분이 됐다. 그리고 어찌됐건 오늘도 새로운 발상 하나를 더 올렸으며, 이러한 실패한 행위 하나가 나중에는 '결과'의 논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그거지..


첫 문장을 쓸 때만해도 정말 쓸 글이 업었는데.. 오늘도 이렇게 글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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