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사전투표 완료_소중한 한표, 누구를 뽑을까

by 오인환



반장 선거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무언가 투닥거린다.

한창 그 앞에서 무언갈 하고 있기에 다가가서 봤더니 도서 검색목록에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있다.

'소중한 한 표, 누구를 뽑을까?'

아이에게 대통령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만 학교에서 들은 바가 있을까.

혹은

자신의 반장 선거에서 느낀 바가 있어서 그럴까.

쌍둥이 둘은 한창을 해당 책을 찾아본다.

그렇다. 그제 치루었던 반장선거에서 두 녀석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실 득표 차이를 봤더니 아쉬울 일은 아니다. 매년 반장 선거를 할 때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반을 이야기하고, 친구들을 설득하려고 준비해 간다. 그 나름의 연설문이 기특하다.

아무튼

자료 상태는 '대출중'이었다. 꼭 예약해서 보고 싶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관계로 예약은 하지 못했다.

2025년 5월 29일.

사전투표를 마치고 돌아왔다. 아무개를 뽑았다.

사실 우리 정도 성숙하고 규모 있는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은 '아무나'되어도 괜찮다. 대통령 한 사람이 어마무시한 사회적 변화를 주기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쉽지 않다.

물론 최근의 '계엄령'이라면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건 꽤 민주적인 방식으로 그 뒷처리를 감당해 내고 있는 걸 보면 '총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세워서 과속 딱지를 떼었다는 뉴질랜드 경찰관의 이야기처럼 나름의 자부감이 느껴진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다르다. 민주주의가 성숙할수록 한 사람의 권력이나 성향으로 사회 전체가 극변하는 일이 드물다.

극변한다고 해도 길어봐야 5년짜리 권력이다. 그정도 퇴행했다가도 다음 선거에는 국민에 의해 심판된다. 조금 돌아갈 뿐 다시 순행한다. 지금의 사회처럼 말이다.

본래 민주주의는 헌법, 법률, 국회, 사법부, 언론, 시민단체 등 여러 권력으로 분산되어 있다. 제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국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예산 하나를 제대로 통과하기가 어렵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대통령의 결정이 위헌, 위법일 때, 제동을 걸 수 있다.

언론과 여론 등 시민들은 권력의 감시를 실시간으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는 아주 비효율적인 정치 시스템이지만 아주 안전한 안전장치를 여럿 달고 있다. 고로 이상한 사람들이 뻘짓 몇 번해도 돌아돌아 어떻게든 중도를 찾아간다. 과거 무역풍을 이용하여 무역하던 바다의 상인들은 반대로 부는 바람을 거슬러서 배를 이동해야 했다. 그들은 그때 바람을 이용하여 사선으로, 다시 사선으로 Z를 그리며 천천히 바람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간다. 민주주의는 그렇다. 독재나 권력주의는 순풍을 타고 빠르게 전진하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는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적 구조 속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좌로 한번, 우로 한번 중도로 한 번, 그렇게 뒤뚱뒤뚱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조금 더 느려질 뿐 나아간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 벨기에는 무려 541일 동안 정부가 없는 상태를 유지했다. 다당제와 지역의 갈등으로 연정 구성이 안되어 정부가 출범하지 못해서 그렇다.

벨기에의 무정부 상태는 총리 대행, 장관 대행 체제로 나름 무탈히 굴러갔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도 않았다.

유럽의 이런 사례를 보고 '성숙한 제도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계는 감탄했다.

물론 우리 사회는 벨기에 수준의 제도에 이르지는 못했다. 진영 갈등이 심화되고 정치적 피로와 혼란도 발생했다.

다만 벨기에는 본래 내각제 국가다. 총리가 없어도 행정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굴러 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꽤 제왕적이다. 고로 사실상 벨기에보다 한국 '대통령의 부재'가 더 고난이도인 편이다.

그래도 우리는 평화롭게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고 있다.

대통령이 없고, 대통령을 대행하는 이가 없어지고, 그 대통령을 대행하는 이가 없어 그 대행을 대행하는 이가 와도. 그리고 그 대행을 대행하는 이가 자리에 없어도 사회 구성원은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일했다. 그리고 사회는 나름 묵묵히 굴러 갔다. 해외에서 거주 기간이 꽤 길어서 그런지, 이런 부분에 있어 나름의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을 증명해 내는 것은 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정치인의 이름을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출마한 후보 누가 되어도 운영을 잘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양극화되어 있어, 특정인물이 꼭 대한민국을 망칠 것 같지만 사실 누가 되어도 괜찮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다수에게 지지받는 꽤 능력있는 사람들이다.

유튜브에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영상을 보면 상대 진영의 사람이 악독한 사람이 된다. 영상 몇개와 글 몇 개를 보면 심각하게 나쁜 놈들이 국정을 망치고 있다고 난리다. 그러나 다시 반대의 영상을 보면 반대의 영상이 무수하게 쏟아진다. 그렇다면 누가되도 나쁜 놈들이라는 걸까. 아니다. 즉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본다. 필터 버블에 의해 알고리즘에 의해, 상식이 극단화되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단순히 정치만으로 표현 할 수 없다. 정치는 제도일 뿐이고 그 상위에' 사회'가 존재한다. 고로 정치가 모든 것의 해답은 아니다. 정치는 사회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회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마 대의민주주의를 믿고 대행자에게 투표한 뒤, 묵묵히 감당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정치인들이야, 본래 지지자들을 대신해서 싸우는 것인데 거기에 '지지'라는 응원을 했으면 함께 싸울 것이 아니라 그저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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