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하다_초3~초5, 수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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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10년 거주를 마무리하고 '마트'에서 잠시 일할 때 일이다. 흔히 말하는 '경영지원팀' 그러니까 사무잡무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을 때 였다. 회계나 인사, 노무등 여러가지 직무를 하면서도 재고 관련 문의 전화도 받고 있었다.


10년이라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10년이라는 시간이 모국어를 잊어버릴 만큼의 긴 시간은 아니다. 어느날처럼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자숙문어 있나요?"



'자승문허'로 들렸다. 변명을 해보자면 살면서 '자숙문어'라는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 열아홉까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스무살에 군대를 가고 스물 두살인가, 세살에 해외로 가서 서른이 되어 왔으니, 당시 어휘력이 고등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그럴 것 같았다.



처음 듣는 어휘를 '전화'로 맥락없이 듣게 되면 아무리 모국어라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자숙문어'를 들었을 때 어딘지 모를 기시감은 사실 해외에서 많이 느끼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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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관련 일을 해외에서 남들보다 '어휘'의 문제에 몇배는 애를 먹는다. 갑자기 걸어오는 백인 아주머니께서 물었다.



'Do you guys have any 코행?'



"코행?"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물었더니 '코트를 거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Ah, Coat hanger"



뉴질랜드 발음은 워낙 독특해서 '영국식'도 '미국식'도 아니다. 옷걸이를 뜻하는 코트행거가 '코행'으로 들린 뒤 부터 나 또한 옷거리를 말할 때, '코행'이라고 발음 하곤 했다.



그밖에 비슷한 어휘가 수만가지다. 살면서 한번도 이름을 궁금해 본 적 없던 물건들의 영어 이름을 '업무중' 만나야 했고 '스마트폰'과 같이 아예 어떤 물건들은 내가 해외로 나가 있는 동안 '발명'되었다.



지금도 나는 '액정 보호필름'보다는 'Screen Protector'라는 말이 훨씬 더 익숙하고 '세트메뉴'보다는 'Combo'라는 말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고 하면 사실 '모국어'라고 하더라도 다 같은 모국어가 아니고 '영어'라고 하더라도 다 같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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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언어를 학습해 본 경험으로 보면 '듣기'와 '읽기', '쓰기', '말하기'는 모두 '영어'로 묶여 있지만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해외로 농산물 수출을 경험하고 현지에서 관리자로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바, 생황 영어와 '비즈니스 영어'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전화통화를 할 때 상황과 도둑을 잡고 경찰에게 진술할 때 사용하는 영어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며,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의 언어와 이미 오래 익숙해진 친구와 대화할 때의 언어도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다. 어떤 분야의 책은 어렵다고 평을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만화책 넘기는 수준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분야의 책은 다들 재미있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거의 백과사전 이해하듯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것을 아이의 '공부'와 연결해보자면 '수학'도 일종의 '수'를 가지고 표현하는 '언어'이고, '영어'는 외국어이며, '국사'는 역사에 관련된, '과학'은 과학과 관련된 어휘를 사용하는 언어다.


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듯 하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고 특히 수학의 경우에도 우리는 일상 생활 중에 만나지 못하는 어휘들을 만나게 된다. '호'라던지, 'x축', 'y축', '약분', '통분' 이런 어휘는 일상생활에서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다가 난데없이 초등학교 고학년 에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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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숙문어'를 알아듣지 못한 당시에 나는 고객 응대에 실패를 했으나, 며칠 뒤 다시 누군가의 '자숙문어' 문의에는 자신감있게 대답했다.


본래 그랬다. 본래 언어나 수학이나 할 것 없이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좋다. 다시 말해서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반복해야 하고, 반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끝으로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승문허 있나요?' 질문에 당황해하며 일을 그만 두었다면 아마 나는 지금도 '자숙문어'라는 단어를 써보지 않을 것이다. 본래 그런 삶이었고 앞으로도 그닥 쓸 일이 없는 명사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이든 뭐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고, 경험 중 실수나 실패를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것을 몇번 반복하며 익숙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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