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 대하여_아바타3를 보러 갔다가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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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단한 일과는 아니다. 동네 서점에서 재미난 책 몇권을 샀고 근처 카페서 몇 시간 책을 읽었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함께 다니는 일이 힘들지 않다. 예전에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던 일이 지금은 스스로 즐겁다.



불과 작년 혹은 재작년까지 '에고고'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는데, 지금은 거의 웃다 돌아온다.



일요일에는 '아바타3'를 봤다. 오전부터 갔는데 저녁 6시에나 자리가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책을 사들고 카페에서 2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영화 종료 예정 시간이 9시 15분이 넘는다. 아이들의 취침시간 8시를 훌쩍 넘었다.



하율이가 말했다.


'아빠, 영화를 다 보면 내일 늦잠 잘 것 같은데...'



아침 구몬 숙제를 못할 것 같단다. 시간을 보니 40분 정도 남았다. 아이는 '아이패드'를 달라고 한다. 줬더니 영화관 구석에 앉아 한참을 '구몬숙제'를 한다.


할 일을 하는 것에는 '융통성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심어 줬더니 그렇게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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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하지는 않았지만 하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 다음 날 구몬 숙제를 하는 게 참 유난이기도 하다.



영화는 6시를 넘어서도 시작을 하지 않았다. 극장에 들어가면 '3D안경을 따로 배포해 준단다. 광고를 시청했다. 이후 영화가 시작을 했는데 아직 '3D안경'을 주지 않는다.



첫장면 대략 10초가 흘러갔다. 직원분들 부랴부랴 상영관으로 들어왔다. 안경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제때 주셔야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한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아들'도 한껏 짜증을 낸다. 다른 좌석에서도 직원에게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아이를 쳐다봤다. 아이는 아직 상황 파악 중인듯 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럴 수 있어. 사람은 원래 실수할 수 있어.'



그러자, 아이가 '맞아, 실수 할 수 있어'하고 안경을 고쳐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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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이와 나는 좌석에 앉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영화를 즐겁게 감상했다. 뒤늦게 안경을 받았던 사람들은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도 투덜거렸다. 그 투덜거림이 더 방해가 됐다.



어른의 거울이 아이라고 하던가. 실제로 아이의 말투에서 나의 말투를 볼 때가 있다. 흠짓 놀라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을 의식하면 때때로 좋은 면을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다섯 살 때였나? 여섯살 때 였나?



쌍둥이들이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한번은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말을 따라했다. 한참을 따라하다가 괜히 약이 올랐는지 아빠에게 고자질하러 왔다.



'아빠, 하율이가 자꾸 따라해요.'



그래, 그러면 '나는 바보 입니다' 그렇게 말해, 라고 일러 주었다.



얼마 뒤에 쌍둥이 둘이 서서 '나는 바보 입니다'를 하는 모습을 봤다. 한참 귀엽기도하고 웃기기도 한데 그 상황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말을 가르쳤다면 서로 바보가 되지 않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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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에도 비슷한 상황은 벌어졌다.



'아빠, 다율이가 나 보고 바보래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



"사랑해요~"



아이는 씩씩거리며 가더니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니 앞에 있던 아이도 '사랑해요!'하다가 '이게 뭐냐고 킥킥 거리며 웃는다.



육아를 하면서 꽤 다양한 상황에 처한다. 심리 상담사가 되기도 하고, 판사나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경찰관이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요리사도 되고, 청소부, 운동코치가 되기도 한다.



고로 '양육자'는 꽤 다양한 직업에 경력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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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 오는 시간까지 안자고 있다가 못가게 붙잡고 싶다고 벼르고 있다. 아빠가 같이 잡아줘야 한다고 해서 함께 기다리기로 했다. 함께 기다리다가 아이들이 잠들면 아마 그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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