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에서 '제물(齊物)의 경지'는 세속적 차별에서 벗어나 '만물'을 평등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좋은 것', '나쁜 것', '미운 것', '고운 것', 부유한 것', '빈곤한 것'이 모두 상대적 개념이기에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본다는 것은 '도가적 개념'으로 인간이 임의로 만들어 놓은 분별과 판단을 넘어서는 태도를 말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으로 '실재'하지 않는 것, 즉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가졌다.
'돈', '종교', '법'과 같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믿음으로써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적 질서'를 이용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됐다. 이 허구를 집단적으로 믿게 되었기에 우리는 국가를 이루고 '타인'을 믿게 됐으며 대규모 협력이 가능하게 됐다.
'장자'는 이 허구와 분별이 자연에 없는 것이라 인간을 속박한다고 봤다.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허구'가 문명을 구축했다고 보지만 장자는 벗어나야 할 인식의 틀이라고 봤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렇다.
'문명'을 구축했다는 것은 '인류' 전체에게 축복일지언정 모든 인류 각각에게 축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철저히 공리주의적 관점이다. 전체의 효율과 번영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했을 뿐, 개별 존재의 고통과 억압은 고려되지 않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다시말해 우리는 '문명'이 쌓아 올린 이 공리적 사회 속에서 임의로 정해진 기준과 질서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착각하고 산다. 즉 모든 현대인은 문명의 일원이기에 모든 현대인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단 한번도 '자연적'이지 않은 인식적 환경에 놓이게 된다.
환경 자체에서 '완전 부재'를 깨닫지 못하니 사실 따지고보자면 스스로 깨치기 전까지 우리는 단 한번도 자연이면서 자연적 존재라는 자각을 하지 못한다.
장자가 말하기를 '제물'은 바로 이 착각을 해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붙이는 이름이나 우리가 만든 기준, 우리가 신뢰하는 가치들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각으로 우리는 꽤 자연스러운 자연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들판에 난 풀이나 미세 박테리아처럼 우리 역시 '생물종'의 일원으로써 그저 탄생과 소멸의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들과 같이 우리의 세계에도 '신용', '부', '행복', '국가'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존재하는 존재일 뿐이다.
간혹 우리는 우리를 붙잡고 있는 앞서말한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국적'이나 '신용', '통장잔고'나 '가족과의 갈등'을 비롯해 여러 '실재하지 않는 실체'들에게서 벗어나 완전히 '자아'만 남는 상태를 경험하는데, 이는 오롯이 어떤 대상에 대한 '몰입'의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이 몰입의 상태는 '삶'과 '존재'를 잊는 완전히 '무아'의 상태이며 당연히 '무아' 즉, 자신조차 상실한 상태에서 앞서말했던 상상의 매개물이 존재할리가 없다. 이런 무아의 상태가 되는 일을 '물아일체'라 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풍경화를 그리거나, 좋아하는 '취미'에 몰입하는 일.
그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잊고 세계를 잊고 대상과 자신만 남은, 혹은 대상과 자신마저 잊어버리고 그저 혼연의 상태가 되는 일체적 현상.
어쩌면 그것이 문명이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에서 벗어는 '빨간 알약'일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은 '파란 물약'과 같다. 애당초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달러', '주식', '국가'에 강하게 속박되어 그것이 눈앞에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매트릭스'말이다.
만약 내일 당장 삶의 기일이 단 하루 밖에 나와 있지 않는다면 과거 사피엔스들이 쌓아 올렸던 가상의 속박물에 얽매어 있을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자연의 일환으로 돌아 갈 몇시간 우리는 '신용'이나 '국가'가 아니라 '생'을 오롯하게 느낄 것이며 그 느낌이야 말로 죽기 전에 반드시 겪어야 할 깨달음이지 않을까 싶다.
'금강경'을 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이 금강과 같이 견고하여 깨지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는 것이 '불변'하고 '견고'하고 깨지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 만물은 본래 '사피엔스'의 주특기인 '이름짓기'에서 시작했고 우리가 '추상명사'를 개발하는 순간 세상 모호한 개념들이 두부 모 썰듯 나눠지며 상당한 모순을 만들어 냈다.
고로 우리는 비록 사방이 '매트릭스'인 세상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이라도 '빨간약'을 집어 삼키며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의 실체가 과연 실체하는지 의심해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