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졸라서 아이가 기어코 쭈쭈바를 하나 받아먹는다. 아빠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애교를 부리며 하나를 기어코 받는다. 아이가 쭈쭈바를 먹다가 갑자기 손이 시리다고 한다.
쭈쭈바를 먹고는 싶고, 손은 시리고...
아이를 보니 왠지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이런 걸 두고 뜨거운 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먹자니 뜨겁고, 뱉자니 아깝고..다율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손이 시린 건 참아야지~!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 손도 안 차갑고 싶은 건 욕심이야'
말하고 나니, '아차!' 싶었다. 내 입에서 아이에게로 향한 말이지만, 곰곰이 다시 떠올리니 내가 들어야 하는 말이다. 좋은 건 취하고 싶고, 싫은 건 안 하고 싶은 모순적인 갈등...
이런 걸 욕심이라고 한다고 했다. 나도 좋은 건, 취하고 싶고, 싫은 건 빼고 싶은 모순 덩어리를 모두 해결하려는 바보 같은 고민 때문에 힘든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손이 시리으면 먹지 않으면 그만이고, 먹으려면 손이 시린 걸 참으면 그만인데, 왜 나는 아이처럼, 손이 시리다고 울면서 잡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놓지 못하는 걸까?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하던 손수건으로 쭈쭈바 아이스크림을 둘둘 말아 주었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보며 웃는다. 지난번, '육아의 모든 순간, 필요한 건 철학이었다.'라는 책을 읽고 나는 아이를 육아하는 일이 곧 아이만을 육아하는 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와 나는 서른 살이 차이가 나지만, 사실 매일 같이 주어지는 매 순간을 새롭게 맞이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이 똑같다. 내가 먼저 태어나 경험한 것을 아이에게 일러줄 뿐 사실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살뿐이다.
예전에 삼국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그냥 인물이 이런저런 일을 했다는 식의 사건을 주로 읽었었다. 그러다 보니, 거기에 나오는 수많은 장수와 군주의 나이에 대해 궁금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촉나라의 제갈공명은 181년에 태어났다. 또한 위나라의 조조는 155년에 태어났다. 그 둘의 나이차는 자그마치 26살이다. 조조의 아들인 조비가 187년에 태어났으니, 사실상 제갈량은 아들 뻘이다. 하지만 적벽대전 당시, 조조가 제갈량에게 편지를 보낸 게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계설향 다섯 근을 보내니 작은 성의로 알고 받아 주십시오.' 사실 아들이라는 관계를 벗어나면, 그 둘은 둘 다 뛰어난 정치가로 역사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300만 년 전, 생존한 걸로 알려져 있다. 300만 30년인지... 300만 년인지.. 301년인지.. 인간의 역사를 보자면, 그깟 한 세대인 30년은 과연 내가 아이들보다 더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