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돈의 흐름이 만들어낸 세계사_부의역사

by 오인환


부의 이동으로 보는 역사는 흥미롭다. 세상이 정치로만 흘러간다고 보기 때문에 역사는 지루하고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는 과목이기도 했다. 오랜 기간 서구 유럽과 우리들에게 영웅과도 같은 모험가로 추앙받았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움직인 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이 아니라 새로운 땅에서 나올 보물의 커미션과 총독이라는 지위 보장 때문이었다. 낭만으로 넘쳐야 할 세상은 아쉽게도 이익에 대한 탐욕의 역사다. 인류가 대항해 시대를 얼었던 이유도 특별한 모험심이나 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본국에서 값비싸게 팔리는 '수입품(향신료)'를 구매하기 위해서 였다. 우리의 교과서는 안타깝게도 디즈니 만화 영화와 같이 티끌없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마치 인간이 '돈'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감춰야 우리의 본성이 깨끗해지는 것 처럼 말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선원으로 제주도에 표류했던 헨드릭 하멜의 보고서에 의해 조선은 이미 서구사회에 소개 되었다. 이 내용을 보고 받은 동인도회사는 당시로서 대형 상선인 1000톤 급 '코리아호'를 건조하여 조선과의 통상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당시 세계최강국이던 네덜란드와 조선과의 통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일본 막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두고 마치 '일본의 질투심'이라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를 내놓곤 한다. 근대와 현대 국가는 국익에 의해 철저하게 움직인다. 마치 내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 질투가 나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게 하는 어린이의 장난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 막부가 동인도 회사에 조선과의 통상을 반대한 이유는 네덜란드에서 수입하고 있는 후추를 조선에 다시 되팔아 수백 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네덜란드와 조선과이통상을 맺으면 흔들리게 될 자국 무역업자들에 대한 보호정책이었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한 과정 또한 '일본의 대륙침탈에 대한 야욕'도 크게 납득하기 어렵다. 근대 일본은 1890년 부터 방적업과 제사업, 직물업 등이 기계화 되었다. 영국이나 여타 서구 열강의 '산업혁명'이 일어난 과정이 근대 일본에서 일어났다. 기계화 된 산업 구조는 수요를 훨씬 넘어서는 공급 폭발로 이어졌다. 자국에서 소비하지 못하는 공급물량은 해외로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이런 산업적 구조가 생겨난다. 그탓에 일본은 여타 서구 선진국처럼 '값싼 원료 공급지'와 '넓은 판매 시장'이 필요했다. 이런 산업혁명의 힘을 아시아에선 먼저 겪었던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 한 것이다. 당시 조선은 장기간 동아시아의 패권국 중 하나였다. 조선에서도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이를 경계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한 후 했던 경제 정책이 바로 '회사령'이다. 조선 내에 회사를 설립할 경우에는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한반도 시장에 대한 일본 회사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값싼 원료를 수월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선인들의 경제활동을 모니터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 또한 마치 대원군이 보수적인 사람이라서라는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역사를 배운다. 하지만 단순히 통치자의 성격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란 식의 역사 설명도 크게 납득하기 어렵다.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 때문에 근대화 시기가 늦어졌다는 식으로 흥선대원군이 우리의 근대화를 늦춘 장본인처럼 다룬다. 하지만 생산성이 뛰어난 서구 열강과의 교역은 조선에게 합리적이거나 공정할리 없다. 공장에서 값싸게 들어오는 공산물이 조선 내 산업을 위협할 것이고 이런 산업의 위기가 국가적 존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농업국가인 조선이 상대국에게 물건의 댓가로 지불할 수 있는 것들 역시 상당히 불공정한 것들일 수도 있다. 이렇게 외국으로 조선 내의 자본이 불균형한 구조로 넘어가면 물가 상승은 필수적이다. 기껏해야 인력으로 산업을 움직이는 조선사회가 석탄으로 자동화 된 문명국과 교역하는 일에는 '쌀값폭등'과 '서민 경제 파탄'이라는 피할 수 없는 벽을 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흥선대원군은 꽉막히고 보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서양과의 교역을 늦춘게 아니라, 당시 상황에 맞는 명백한 경제적 이유가 존재했다.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내제된 본능이 있다. 바로 '탐욕'이다. 그것을 시각화 하여 보여주는 것은 '돈'이다. 돈의 이동은 때문에 인류 역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돈은 이렇듯 자유롭게 이동해가며 어떤 집단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가 다시 다른 집단을 부유하게 만들기를 반복했다. 이처럼 경제가 한 쪽으로 급하게 쏠리고 과열되기 시작하면 사회는 이상현상을 만들어내곤 했다. 바로 거품이다. 비이성적인 투자 형태로 돈이 한 곳으로 몰려 들면 투자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대화 되기도 했다. 이익률이 무한대처럼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에 적정 가격으로 돌아오는 '거품 붕괴현상'의 후유증은 사회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튤립거품이 꺼지면서 네덜란드와 영국의 역사가 바뀌고 프랑스의 미시시피 계획 또한 프랑스의 역사를 바꿨다. 현재 진행형인 일본의 주식, 부동산 거품 또한 일본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 결론나지 않지만 말이다. 튤립거품과 미시시피 거품은 현대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영향을 끼친다. 네덜란드는 튤립 거품 이후 빼앗긴 패권을 다시 찾아오지 못하고 있으며, 프랑스에 있는 은행들은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bank'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쏘시에테'나 '크레디'라는 이름으로 은행 이름을 대신 쓴다. 'bank'가 잃어버린 신용은 200년이 지나도 회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는 돈의 쏠림과 풀어짐의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과거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의 이동으로 본 패권의 이동은 참 흥미롭다. 공통적으로 근현대 역사의 패권은 자유롭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공동체들로 이어져갔다. 최초의 에스파냐가 그랬고 이를 이어 받은 네덜란드가 그랬다. 네덜란드의 여러 부분을 모방하여 다음 패권을 이어간 영국 또한 그랬다. 종교나 인종에 보수적인 집단일수록 경제적인 부유함과 멀어졌다. 종교에 대한 탄압이나 인종에 대한 탄압은 그 국가를 병들게 하고 성장하지 못하게 하곤 했다. 유대인을 강하게 탄압하여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단기간에 얻었던 '나치 독일' 성장이 '반의 반' 세기도 지속하지 못하고 패망한 것 또한 공산당과 유대인에 대한 강력한 탄압정책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시의회 의원이나 주 상원의원, 연방 상, 하원의원 등을 배출한 적은 없지만 이미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미국공산당은 간혹 공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외 우리가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들이라고 생각하는 영국,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은 공산주의자들의 정당을 가지고 있으며 난민이나 인종, 이념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내가 어린 시절, 초등학교 선생님은 우리나라를 일컬어 '단일민족'이라고 했다. 실제 우리 나라의 280개 성씨 중 130개는 귀화 성씨이고 한민족이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여러 과학적 근거들은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예전에는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던 이런 개념들이 쉽게 받아 들여지면서 우리 주변에는 '국제결혼'이나 '이민' 등의 문제에 대해 관대해졌다. 20세기 일본의 사회 분위기와 문화가 그랬던 것처럼 현대 대한민국의 분위기 또한 꽤 자유로워지면서 우리 사회 또한 열린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 근거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이웃국가 일본에 비해 우리는 이미 훨씬 더 개방적인 사회가 됐다. 이 사실은 여러 기사와 통계자료를 통해 알 수가 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는 '돈'이 몰리게 되어 있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는 다양 사회로 부터 이질감이 적고 쉽게 동화되는 특징을 갖게 된다. 현재 BTS의 butter가 10주째 빌보드 핫 100을 장악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우리가 이처럼 문화수출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탓도 이런 사회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돈에 의해 움직인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는 패권국은 현대에서는 '미국'이다. 이런 미국에 가까운 우방국이자 무역, 군사력 파트너라는 점은 분명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암시한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미국 경제의 주 축은 소비다. 대한민국은 현재 미국의 주요 수입국 중 멕시코, 캐나다,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7번째 무역국이다. 영국이나 호주, 인도, 프랑스 보다 훨씬 많은 규모를 수입해가는 나라다. 아직 여러가지 사회문제나 경제적 문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제적인 입지와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좋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돈'에 맞춘다는 것은 오랜 기간 우리의 사상을 지배했던 '유교'적 입장에서 저렴한 생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제는 세상이 '돈'에 의해 움직인다는 역사의 본질을 모른채 하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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