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라면 세 개
“사이드카. 사이드카예요. 왜 주식선물도 갑자기 오르내리면 잠시 멈추게 하잖아요. 칵테일 이름이 거기서 온 건 아니지만요. 아 제가 원래는 증권사에 있었어요.”
항상 조용하던 혜진이 당황해서는 수다스러워졌다. 병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오늘따라 오레오는 Bar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어색함이 감돌며 혜진이 멋쩍게 웃었다. 오레오는 아주 신이 나 점프를 해가며 상현이 흔드는 깃털을 잡으려고 했다. 모처럼 표정 없는 상현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혜진의 표정에도 엄마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고양이가 있는 Bar라니, 참 흥미롭네요.”
약기운인지 병민은 몸이 녹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불현듯 허기가 느껴졌다.
“제가 질문을 하나 더 하고 싶은데, 혹시 이 근처에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나요?”
라면이란 단어에 순간 상현의 눈길이 Bar를 향했다. 혜진도 갑자기 배가 고팠다.
“라면…. 라면…. 라면 혹시 가게에서 끓여도 될까요? 마침 있거든요.”
병민이 과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혜진은 저 편에서 레이저 쏘듯 쳐다보는 상현의 눈빛을 캐치했다. 혜진은 상현 쪽을 향해 눈빛을 받으며 다시 물었다.
“세 개 끓일까요?”
이번에는 상현이 자동차 대시보드 인형처럼 끄덕였다. 가게 안쪽 작은 싱크대 위에 냄비가 올라갔다. 가스 불이 켜지자 파란 불꽃이 지글거렸다. 자유로운 재즈 선율이 벽을 두드리며 “달잔”을 채우고 있었다. 봉지를 뜯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수프를 넣자 익숙한 냄새가 가게 안에 퍼졌다. 재즈 위로 라면 냄새가 얹히는 순간 “달잔”의 공기가 바뀌었다.
병민은 김이 오르는 냄비를 바라보다 문득 자신의 손이 덜 떨린다는 걸 알아차렸다. 혜진은 면이 퍼지지 않게 시간을 재듯 냄비 옆을 지켰고, 상현은 말없이 다가왔다.
“다 익었어요.”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라면을 나눠 담고 셋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숟가락이 국물에 잠기는 소리, 면을 후루룩 끌어올리는 소리. 말은 없었지만,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처음으로, 무언가가 몸 안에 제대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라면을 삼키며 병민은 아까 병원에서 ‘어’ 하며 민망한 얼굴을 마주한 기억을 떠올렸다. 일부러 사무실에서 먼 정신과를 찾은 곳이었다. 하필이면 나오는 길에 부서 직원의 얼굴을 발견했고, 서로 민망하게 모른 척 병민은 허둥지둥 그곳을 빠져나와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한 입 뜨겁게 삼키자 병원에서 얼어붙었던 얼굴과 마음이 녹아내렸다.
상현도 약간의 허기짐을 느끼던 차에 목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국물과 한입 가득 먹은 면이 속을 채워주는 느낌에 딱딱한 척추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현의 가열찬 젓가락질을 혜진이 곁눈질로 보며 자신의 그릇을 비워냈다.
“라면값은 받을 거예요.”
혜진이 코끝을 찡그리며 웃으며 말했다. 고양이가 있는 Bar에서 증권사에 근무하던 사장이 끓여준 라면에 병민의 두근거림은 잦아들었고, 상현은 조금 누그러졌다.
“달잔”에 사람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