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
내 뒤에 차가 한 대도 없다
4차선에서 깜빡이 넣고 3차선으로
다시 3차선에서 2차선으로 이동하는 순간
차 한대가 번쩍 하고 나타나
움찔하는 내 차를 앞질러 간다
저 놈은 언제 나타났지?
금새 또 차선을 바꿔 유유히 가고 있는 놈을 째려보며
이미 충돌한 뒤 공중을 한 바퀴 선회하고 찌그러진 차에 갇힌 나를 상상하며
홀로 떨고 있다
지그재그로 칼춤 추며 교통사고라는 이름으로 남의 생명을, 인생을 칼질하는 놈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선량한 우리들은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간 게 죄라면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