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표류기 : 홍콩편 EP5
홍콩은 명품백의 바다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순히 신기하고 조금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홍콩 사람들은 정말 예쁜 가방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 남극에선 사실 가방 자체가 거의 필요 없었지만, 인간 세계에 와서는 저도 가끔 예쁜 가방 하나 메고 우아한 펭귄 흉내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호호.
한국의 압구정 거리를 걸을 때도 우와-!를 남발하며 걸었던 기억이 있지만, 이 도시는 조금 달랐어요.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거리를 뒤뚱거리며 걷다 보니 정말 모든 사람들의 손에 명품 가방이 들려있는 거예요, 우와...? 디저트 가게 알바생도 샤넬 미니백을 메고 있었고, 길거리 의자에 철푸덕 앉아있는 사람들도 명품 크로스백을 둘러메고 있었답니다. 똑같은 패턴의 루이비통 가방을 든 사람이 한 거리에서만 수십 명이었어요. 한 카페에서는 심지어 똑같은 가방을 맨 사람 셋(!!!)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마치 복제된 것처럼요-! 오호, 생각해보니 혹시 펭귄만 모르는 인간들의 커플 문화(?)였을까요...
똑같은 로고, 똑같은 패턴, 똑같은 포즈...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서 산 물건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더 비슷해 보이게 만들어버린 게 신기하지 않나요-? 명품 가방에 뒤엉킨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왜 그토록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까요-? 시선을 끌기 위해 고른 물건, 그리고 선택들이 정작 사람들을 더 평범해 보이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또 든 생각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그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사실 남극에 살 때는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 모습 그대로여도 괜찮았고, 비슷해보이는 턱시도 무늬지만 각자 특별한 결과 색이 있었고, 울음소리가 다른 거로도 충분했거든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참 신기해요. 진짜처럼 보이려는 가짜가 있고, 너무 흔해져서 진짜가 가짜처럼 보이기도 하고. 모두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진짜'라는 건 도대체 뭘까요-?
제 두 날개로 짊어지고 있는 꼬질한 백팩이 전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그 가방에는 제가 남극에서부터 한국, 그리고 홍콩까지 오면서 겪은 이런저런 이야기가 담겨있거든요. 어쩌면 진정한 가치, 그리고 '진짜'는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새겨진 우리만의 추억과 이야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