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표류기 : 홍콩편 EP4
날개는 있지만 하늘을 날 수 없는 게 우리 펭귄들의 숙명이에요(흑흑). 하지만 이 날만큼은 달랐답니다-! 농핑 360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두 발로 이리저리 뒤뚱거리며 줄을 섰어요. 아무 생각 없이 빈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어떤 관광객이 저를 확 밀치고 얌체같이 자리를 차지하지 뭐예요-? 야생인 남극에서도 이런 자리싸움은 없었는데 말이에요-!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인간의 일생이란 게 다 이런 자리싸움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며 진정이 되었어요. 더 좋은 자리 찾겠다고 치고 밀다가 즐거운 순간만 낭비하는 게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래서 자리싸움과 신경전은 그만두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20분간의 케이블카 여행. 하늘을 나는 기분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발아래로는 바다가 펼쳐졌고 멀리까지 섬들이 보였어요. 평소엔 바닷속에서만 보던 풍경인데, 이렇게 위에서 보니 또 새롭네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제 베프인 고라파덕과 함께 사진도 찍고 셀카도 남겼어요.
케이블카에서 내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차찬탱에서 처음으로 블랙 앤 화이트 찻잔에 밀크티를 내어주었는데 으악, 그 찻잔이 너무 귀여워서 하나 사고 싶더라고요. 조심조심 들어보니 생각보다 가벼워서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이번 여행의 기념품은 이거로 결정-!
처음 불상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의 그 감각을 잊을 수 없어요.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답니다. 한결같이 앉아있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작은 몸의 걱정들이 너무 작고 하찮아져서 어디론가 꽁꽁 숨어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불상처럼 날개를 파닥파닥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짧은 펭귄 다리로 계단을 오르는 건 좀 힘들었지만, 불상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더 많은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이곳의 문화는 아직 낯설고, 미리 공부를 해오지 않아서 저 불상이 무슨 배경으로 지어졌는지도 몰랐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순수하게 이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포린 사원으로 향했는데, 향이 거의 폭죽, 작은 로켓의 크기였어요-! 향을 타고 화성에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채식 음식을 맛보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죠. 그리고 전반적인 농핑 마을의 풍경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남극에서 갓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빌딩과 번화가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이 좋네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길. 여행도, 인생도 굳이 무언가를 이루려 애쓰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앞에 펼쳐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느끼는 것. 헤엄치고 걷고 때로는 (케이블카를 타고) 날아가면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랄까요-?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시티게이트 아울렛이 눈앞에 있었지만 십여분을 뒤뚱거리며 둘러보다가 돌아가기로 했어요. 쇼핑보다는 오늘 만난 고요함을 조금 더 담고 있고 싶었거든요. 긴 지하철 여정 내내 거대한 불상이 펭귄과 함께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