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D-1

유럽 여행 일기

by isseozn


여행 하루 전.

혼자 가는 여행이라 엄마가 서운해하실까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짐을 챙긴다.

캐리어 안을 한 번 확인하고 침대에 누웠다. 일찍 자기 위해 휴대폰은 내려놓고 불을 끈다. 분명 설레는 마음이 부풀어올라 터질 것만 같았는데 불을 끄고 나니 하나둘 내 안의 걱정과 두려움이 모습을 물 밀듯이 몰려온다.

너무 대충 준비한 건 아닌지, 숙소가 정말 안전할지, 내가 혼자 이 오랜 기간을 보낼 수 있을지 무서워진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몸을 뒤척이다가 다시 휴대폰을 켰다.

여행을 준비하며 만들어둔 독스 파일을 정독한다.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재차 확인한다. 너무 일정이 많아 힘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너무 알아보지 않아서 다녀오고 좋은 곳을 발견해 후회하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들을 한다.


결국 다시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킨다. 너무도 여유로운 오전 시간이 무료할 듯싶어 뮤지엄 예약 시간들을 더 이른 시간으로 변경한다.

가고 싶은 곳들이 천지인데 시간이 부족할 거 같다. 동시에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주 여유롭게, 막 커피가 맛있는 카페에 3시간씩 앉아있으면서 휴식하는 여행을 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여기를 안 갔다고?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게 빠진 곳 없이 다 돌아다니고도 싶다.

급하게 유튜브에 있는 여행 영상들을 찾아본다. 나보다 짧은 시간 동안 여행하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

뭐든지 후회가 남는 법이라는 것도 알고 다음에 또 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이 아니면 안 될까 봐 마음이 빡빡하다.

시간과 아쉬움에 휩쓸려 온전히 즐기지 못할 것만 같다. 이전에 그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까지 가서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싶지 않아 서둘러서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나에게 다음이 있다고, 모든 걸 다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다가 오면 그게 정답인 거라고 말해준다.


혼자 가면 분명 외로울 텐데 혼자라서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아쉬울 텐데

내가 아직은 마음이 너무 어려서 내가 본 좋은 것들은 전부 놓치고 보지 못하는 것들만 한없이 생각할 것만 같다.

꼭 무언가 대단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러다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여유로운 여행과는 너무나도 멀어져 버릴 것만 같다.


부디 이번 여행에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잘 보내길.

이번에는 눈치 좀 덜 보고 그냥 막 하고 싶은 거 이것저것 다 하고 싶다.

내 마음 가는 대로 어떨 때는 여유롭게 어떨 때는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돌아와서는 조금 더 유연한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