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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물딱이 Mar 16. 2022

91년생 김민지(7) 2022년의 삶

신디사이저로 피아노 가르치고 원어민 영어과외하며 육아하기

 민지는 7살 쌍둥이아들을 키우고 있다. 남편은 대기업 책임연구원 3년차였고 집은 친정근처에 전세집을 얻었다. 육아휴직중인 민지의 일과는 단순하다.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남편에게 모닝키스 해주고 씻고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보통 8시에 일어나서 2시간 정도 내 시간이 생긴다. 그럼 아침밥 취사를 하면서 온라인으로 마켓컬리나 쓱배송 장을 보거나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한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밥을 먹이고 유치원에 보내는데 급할 때는 냉동밥을 데워먹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란이라도 구워서 밥을 주고 미역국을 데워 먹인다. 보통 반찬은 민지가 만든것 몇개와 친정엄마가 해주신 반찬, 마켓컬리에서 산 반찬들이 섞여 그렇게 부족하게 먹진 않는다.

9시에 유치원 셔틀버스가 오면 아이들을 태워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못다한 설거지와 집안정리를 하고 동네 언니들과 카카오톡 하며 신변 이야기를 한다.


 화요일 오후 1시. 드디어 기다리던 일주일에 1번 있는 작곡수업 시간이다.

자유수영, 필라테스, 요가에 이어 이번에 정착한 민지의 취미는 작곡수업이다. 어릴 때 피아노와 플룻을 배우기는 했고 직장인 밴드시절 호기롭게 산 88 신디사이저로 아이들 피아노 가르쳐주고 나는 뭘 하나 고민하다가 평소에 음악 듣는 걸 워낙 좋아해 작곡 수업을 시작했다.


 작곡가 선생님은 집근처 당근마켓 동네홍보로 알게 됬는데, 민지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행복한 시간이다. 민지의 또래인 작곡가 선생님은 20평대의 작업실 겸 집에서 수업도 하고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낸다. 내 또래의 예술가가 사는 아늑한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듣는 개인 수업 이라니! 민지의 인생에 가장 행복한 1시간 수업시간이다. 작곡가 선생님의 예쁜 집은 발을 들여놓을 때도 노를 해야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한시간 정도 수업을 듣고 30분 거리에 집까지 산책하듯 걸어와 잠깐 또 집정리와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있으면 곧 4시쯤 아이들이 하원해서 집에 온다. 왁자지껄하게 우당탕탕 뛰어들어오는 아이들을 층간소음을 걱정하며 말리고 손을 씻기고 간식과 우유를 꺼내준다.  이번주 일요일에 힘겹게 잡은 원어민 과외 선생님과 직접연락하며 주말 스케쥴을 확인한다.


저녁 6시. 민지는 저녁준비를 시작한다. 남편이 늦는 날에는 친정엄마와 함께 밥을 먹고 남편이 일찍오는 날이면 조금 더 신경써서 저녁을 준비한다. 친정엄마가 거의 다 도와주셔서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족들 밥상은 민지의 최대 일과이다.


저녁이 되면 남편과 건조기의 빨래감을 정리하고 아이들은 둘이 같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TV를 보고 민지는 남편과 과자를 먹으며 하루 일과를 이야기 나눈다. 아이들 몰래 사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도 하고 설거지하고 핸드폰 조금 보다보면 하루가 금방 다간다. 9시쯤 이부자리를 펴고 자기싫다고 때쓰던 아이들은 책읽고 칭얼거리더니 금방 잠들고 민지는 아이들에게 해주던 팔배게를 빼서 남편 옆으로 핸드폰을 들고 자리를 옮긴다.


자기전에는 복직하고 뒤쳐질 게 걱정이지만 당장은 달콤한 지금에 행복하다. 내일은 복직준비를 위한 자격증 공부를 조금 더 해야겠다 라고 다짐하며 잠든 민지의 얼굴은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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