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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물딱이 Mar 13. 2022

91년생 김민지(1)

기쁨속에 태어난 첫 여자아이들 

 그 변화의 시작은 꽤 미묘한 기류속에 포착되었다. 베이비붐 세대를 약간 벗어난 65, 68년생 민지의 부모님은 국민학교시절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시작되면서 아파트에서 거주하셨거나 아니면 연립빌라에서 거주하면서 도시화된 첫 세대의 등장이었다. 민지의 부모님의 특이한 점은 어머님의 학력이 높고 부유한 집안이었으며 아버지는 성실하고 명석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고 계신 일명 잘사는 여자집의 장성한 아들이 장가가는 구조였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민지의 어머니는 일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의 딸을 차별하며 키우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첫 딸로 태어난 민지는 상류사회에 대한 팁을 외가에서 배우고 사회생활하는 아버지의 첫딸로의 큰 사랑을 받으며 당당한 알파걸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세대로 태어났다. 민지는 조산원이 아닌 산부인과에서 출생했으며 당시 가정학과를 졸업한 어머니는 아기의 건강을 염려해 결혼과 태교를 위해 당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처가에서 해준 신혼집과 남편의 안정적인 벌이가 있어 그렇게 걱정되는 앞날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있어 병원측에서는 출생 직전까지 성별은 철처히 비공개였지만 민지의 어머니는 막연히 자신의 첫아이가 딸임을 알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딸을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겠다고 다짐하며 출산을 준비하였다. 


 민지는 따듯한 시월 가을날 토요일에 태어났다. 어머니의 각별한 정성으로 열달동안 뱃속에서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 별 탈없이 자연분만 되었고 아버지는 꽃다발을 한아름 선물하며 첫 자식에 대한 기쁨을 약간의 눈물과 함께 표현했다. 무뚝뚝하고 말수가 없는 아버지이지만 누구보다 아내와 딸에 대한 사랑이 컸기에 또 그간 아버지 본인의 유년시절이 외로웠기에 더욱 가족에 의지하고 정이 깊었다.  민지의 개인앨범을 찾아보면 그녀의 생일상 사진에는 항상 오곡찰밥과 미역국, 떡이 올라가는 정성 가득한 사진과 예쁜 옷을 차려입고 나들이 간 사진들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었다. 


 학력이 높은 어머님과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아버지는 자녀계획을 둘까지 계획하여 민지는 곧 두살터울 남동생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신이 부모님께 사랑을 뺏겼다는 생각에 슬프거나 억울하지는 않았다. 물론 가끔 엄마는 나보다 남동생을 더 좋아해. 라며 서운하다고 일기장에 적기도 했지만 언제나 민지만을 바라봐주는 아빠의 존재가 컸기에 자신은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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