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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물딱이 Apr 27. 2020

<경단녀에서 공기업까지>
1. 자발적 경단녀 선택까지

1. 자발적 경단녀 선택까지

나는 중산층 정상가족의 구성원 이었다. 대기업 상무 아빠, 대학 나온 교양 있는 엄마, 공부 잘하는 맏딸, 키 크고 잘생긴 전교부회장 남동생. 겉보기에는 나무랄 데 없는 정상가족이지만 속은 곪을 데로 곪은 어느 중산층과 다름없는 정상가족 이었다. 


맏딸인 나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어린 시절부터 집안차이, 고부갈등, 가치관차이, 돈 문제 등으로 발생하는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지켜보면서 그러면서 이혼하지 않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보면서 결혼에 환멸을 느낀 것이 아니라 나는 오히려 더욱 굳건하고 완벽한 정상가족을 꾸리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아버지를 존경하였다. 매일 새벽 이른 출근에도 힘든 내색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셨고 나의 질문에는 언제나 함께 고민해주셨다. 레이스 달린 인형을 사준 것도 아버지였고 연애고민에 함께 의논하던 사람도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부잣집 딸인데 똑똑한 아버지에게 반해 가난한 집으로 시집온 예쁜 사람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시댁,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남편, 그리고 엄마의 전부는 자식인 나와 동생이었다. 엄마는 아버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하고 또 엄마의 온 세상이었다. 그 사이의 자식인 딸 아들을 엄마는 너무나 아끼고 소중히 키웠지만 근본적으로 아버지와 시댁에 대한 불만족은 피지덩어리로 가득 찬 여드름처럼 곪아왔다. 


그래서 엄마와 반대로 인생을 살았다. 아빠가 첫사랑이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연애도 실컷 해보고 공부도 열심히 했고 고르고 골라 일등 신랑감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약속했다. 예비신랑은 아빠처럼 대기업직원이면서 자상하고 아빠보다 조금 더 침착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결혼생활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경단녀를 선택했다. 좀 앞뒤가 안 맞는 전개이지만 나는 또 완벽한 결혼생활에 완벽한 육아환경을 위해 자발적으로 경단녀를 선택했다. 스트레스 가득한 직장생활과 소음 많은 주변 환경은 태교에 좋지 않다는 나의 강력한 주장에 예비신랑은 벙 찌면서 합의했고 나는 결혼과 동시에 자발적 경단녀를 선택하였고 임신을 하고 육아를 하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오히려 계획보다 잘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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