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angerine
Aug 04. 2020
양양의 바람소리는
늦은 밤, 나를 쉬이 잠에 들지 못하게 했다.
바람의 강도에 따라 다닥되는 방충망이
몹시도 나를 흔들어 깨웠다.
볕 가득한 쨍한 바다 풍경을 찾아
멀리서 달려왔건만
눈꺼풀이 까만 구름들 사이로
바다에 조명하나 켜주지 않는다.
잔뜩 인상 쓴 날씨는
바다만 더 일렁이게 하고선
외로이 서있는 나를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흔들어대니
몸이 움츠려지고 발걸음도 느려진다.
저기, 저 건물까지만 가면 기억도 나지 않을 바람인데...
휴가 중,
언제나 찾아오는 내 직업과 관련된 전화들...
나를 바람처럼 흔들어 된다.
그렇게 진저리 나게 흔들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혼잣말을 내뱉는다.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