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관계는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한다.

by 라엘리아나

#1

십여 년 전쯤 우리 회사는 합병을 했고, 빠른 융합을 위해 팀을 합쳤다.

우리 팀은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살벌한 기싸움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한 팀이 되니 별문제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합병한 회사에서 온 두 명의 기싸움이었다.

원래 사이가 안 좋았던 그들은 새로 한 팀이 된 모두에게 돌아가며 상대를 비방하며 깎아내렸다.

나는 둘 다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님을 직감하고 거리를 뒀고, 내 예상은 맞았다.

그들은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합병한 회사 사람들에게 자신이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서려고 나름 물밑작전을 짠 것 같다. 하지만 둘의 물밑 작전은 나란히 실패했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서로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던 그들은 베프가 되었다.


#2

같은 부서 내에 다른 팀에서 일하는 친한 동료 A와 B가 있었다.

A와 B는 만나면 주로 회사와 자신의 팀장에 대한 비판을 했고, 죽이 잘 맞았다.

A는 상사에게 부당함을 느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대응하는 스타일로 상사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부하직원이었다.

그런 용기가 없던 B는 A가 상사에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대리만족을 느끼며 통쾌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팀에 큰 변화가 생겼다. A의 팀장이 퇴사하면서 직급이 더 높았던 B가 A의 팀장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었다. 더 이상 둘은 회사나 팀장에 대한 비판을 함께 할 수 없었고, B가 통쾌해하던 A의 행동이 본인에게 닥치게 됐다.


위의 사례들처럼 사내 인간관계는 얄궂은 면이 있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관계가 틀어지거나 서로 좋지 않은 관계였지만 필요에 의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승진이나 조직 개편 등으로 상하 관계가 바뀔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 퇴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사내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내 편을 만드는 것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수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서로 예의를 잘 지킨다면 큰 트러블은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친한 사이에도 '적당한 선'은 필요하며 친함과 별개로 일로 엮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기면 축하해주고, 슬픈 일이 생겼을 때는 그 슬픔을 함께 나누어 덜어준다는 따뜻한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라고 변형되어 더 많이 쓰인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의 단면을 잘 표현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 말은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하며 회사에서는 치명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본인의 슬픔을 나눠 약점이 되는 부분이 더 치명적이니 아무리 친한 관계라도(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사내에서 본인의 치부는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으며 업무적인 부분이라면 더욱 그렇다.


갈수록 삭막하게 변하는 회사 생활이 아쉽긴 하지만 그 변화 중에는 분명 긍정적인 면들도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면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적당한 거리'와 '선'을 만들어 지낸다면 삭막함이 덜해지지 않을까? 만약 그 '적당한 거리'와 '선'을 잘 모르겠다면 주위에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관찰해 나와 맞게 접목시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정석적으로 회사 생활을 한다면 회사에 어떤 변화가 와도 잘 이겨낼 가능성이 높다.

단, 사회가 변함에 따라 나만의 기준이 구시대적일 수 있으니 한 번씩 점검하며 다듬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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