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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Apr 23. 2023

40대 여자의 결혼정보회사 첫 번째 후기

챕터 1. 가입에서 챕터 2. 서류 제출까지

시작이 반이라고 오랜 고민 끝에 가입한 결혼정보회사라서 가입만으로도 절반은 진행된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날 가입은 말 그대로 계약서에 사인하고, 가입비를 지불한 것뿐 절반의 진행이 아닌 챕터 1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챕터 2 각종 서류 제출과 데이터폼 작성이었다.

신원 인증을 위해 여러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했는데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졸업증명서 등은 결정사에서 직접 발급받았고, 재직증명서 및 소득증빙자료는 내가 발급받아 제출했다.

다음 차례는 데이터폼이었다.

데이터폼은 나에 대한 세부 정보를 작성하는 폼으로 많은 항목들에 대해 답변해야 했다. 사는 곳(주택 종류와 평 수, 자가 여부 등), 직업, 학력, 신체 조건 등의 기본적인 인적 정보와 가족의 직업, 나이까지 꽤 자세히 작성해야 했다.

다음으로는 성격, 성향, 가치관 등을 파악하는 항목들과 최근에 추가된 걸로 보이는 MBTI 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있는 그대로 적으면 돼서 수월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고르는 게 은근히 어려웠다. 예를 들면 나와 희망 상대를 설명하는 '세련됐다, 유머가 있다.' 등의 보기에서 각각 5개씩 골라야 했는데 수많은 항목 중 5개만 골라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객관식이라 고르기만 하면 됐는데 가장 난관은 주관식인 자기소개와 희망 상대에 대해 쓰는 것이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라 글 쓰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브런치와는 다른 영역이었다.

길게 쓰면 읽기도 전에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았고, 너무 짧게 쓰면 성의가 없어 보일 것 같았다.

거기다 자기소개는 내가 좋은 신붓감임을 어필해야 했고, 희망 상대는 너무 까다로워 보이지 않아야 했다.

특히, 희망 상대에 대해 어떤 특정을 짓는다면 상대 수는 줄어들 것이다. 결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결정사에 가입했으니 최대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사이 나에게 결정사 선배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나의 고민을 들은 친구는 딱 한마디 했다.


글 아무리 잘 써도 사진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꽝이야.

그렇다. 자기소개나, 희망 상대에 대한 글은 부수적인 역할일 뿐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자기소개를 잘 썼다면 '이 사람 글도 잘 쓰네.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 상대가 글을 잘 썼다면 글 잘 쓰는 '남'일 뿐이다.

친구의 말에 공감이 가서 더 고민하지 않고, 진솔하면서도 길지 않게 글을 썼다. 희망 상대에 대한 글로 데이터 폼 작성은 끝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제출해야 했다.

그런데 사진을 고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잘 나온 사진을 골라야 했지만 보정이 과한 사진은 걸러야 했고, 실물보다 못한 사진도 걸러야 했다.

먼저 가입한 친구들에게 들은 얘긴데 여자는 사진이 중요해서 적당한 사진이 없으면 매니저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마침 작년에 친구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서 그 사진을 제출했고, 매니저는 화사하게 잘 나와서 좋다고 했다. 참고로 남자는 사진에 대한 기준이 좀 관대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여자는 남자의 경제력을 더 중요시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며칠 후 모든 서류가 완비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이제야 챕터 2까지 끝났다.

다음 날 오후 매칭 매니저에게 문자가 왔다.

매칭된 상대방의 첫 프로필 정보가 발송되었습니다.

드디어 돌고 돌아서 온 결정사에서 첫 프로필을 받았다.

어떤 사람의 프로필이 와있을지 두근거렸다.

챕터 3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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