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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May 02. 2023

40대 여자의 결혼정보회사 두 번째 후기

챕터 3. 만날 사람 고르기

나의 첫 매칭 상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함과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어 보았다.

두 명의 프로필이 와있었고,   다 나보다 4살 많은 사람들이었다. 프로필에는 성(姓)과 사는 곳, 직장, 학력, 가족 사항, 키, 취미 등과 함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소득 관련 정보는 따로 알려주셨다.

우선 한 명은 인상이 별로여서 패스했고, 나머지 한 명이 고민됐다. 소득도 높은 편이고, 인상도 좋으셨는데 여자 보는 눈이 까다로울 거 같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음날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한 명은 마음에 안 든다고 했고, 나머지 한 명은 머뭇거리니 여자들에게 인기 많고 후기도 좋은 분이라며 추천했다.  말을 곱씹어보니 어느 정도의 만남을 가졌는데 남자가 추가 만남을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매니저가 좋게 포장해서 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굳이 의구심을 가진 첫 만남을 하고 싶지는 않아 거절했다.


일주일쯤 후 다시 두 명의 프로필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나보다 2살 많은 사람과 5살 많은 사람이었다.

인상은 두 명 다 괜찮았다.

그런데 하나씩 걸리는 점들이 있었다.

먼저 2살 많은 사람은 직업이 안정적이긴 했지만 나와 연봉차이가 좀 났다. 억대 연봉을 바라지 않지만 나 또한 억대 연봉이 아니기 때문에 나보다는 소득이 높은 걸 원한다. 

다른 한 사람은 무난한 조건들을 갖췄는데 나이가 걸렸다. 가입할 때 1~2살 정도 차이의 또래가 좋다고 했었는데 결혼정보회사에서 가장 많은 성혼 커플들의 나이차는 3~4살이며 그렇게 매칭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폭을 넓혀 3~4살 차이는 예상했는데 5살 차이는 컸다.

프로필을 받으면 바로 O, X를 가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가 더 많았다.

만약 이 사람들이 선이나 소개팅으로 들어왔다면 별 고민 없이 만났을 것 같다. 실제로 만났을 때 소득은 나보다 적지만 사람 자체가 너무 좋을 수도 있고, 5살이 많아도 나이차가 별로 안 느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사라서 신중함이 필요했다.

세속적인 표현이지만 돈을 내고 소개를 받는 결정사에서 가능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 6번의 만남 중 1회를 차감할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갖춘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가입한 곳이다.

결국 이 사람들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4명의 프로필을 받아보니 매니저에게 내가 원하는 조건을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내가 원하는 조건들은 추상적인 조건들 많았다. 선하고, 가치관이 맞으며 말이 잘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만나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객관적인 지표를 가진 조건들을 추가로 생각해야 했다.

앞의 거절 이유들을 생각하며 매니저에게 2가지를 얘기했다. 나이는 가능하면 2~3살 차이 위주로 매칭해 줬으면 좋겠고, 소득은 나보다 높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소득 부분은 바로 OK 했고, 나이는 남자들이 3~4살 이상 연하를 선호하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이후에 한 명의 프로필을 받았다. 이번에도 4살 많은 사람이었는데 학교, 직업, 재산 상황이 고스펙이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매니저에게 솔직하게 말하니 내 인상이 좋아서(?) 잘 성사될 거 같다며 만남을 추천했다. 그래도 고민이 됐던 나는 우선 보류하고, 다음 프로필을 받아 보겠다고 했다.

이쯤 되니 한 번 만나봐야 내가 이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추가로 소개받는 사람과 보류했던 사람 중 한 명을 만나보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 추가 프로필이 왔고 나이는 내가 선호하는 3살 차에 안정적인 직장과 재산이 있었다.

인상도 나쁘지 않았는데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전의 거절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딱히 이유도 없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유는 없지만 내 마음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보류했던 그 사람을 만나기로 결정하고, 매니저에게 연락하니 바로 만남을 추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 집과 가깝고, 상대도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주었다.

어느덧 챕터 4 앞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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