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엘리아나 Apr 04. 2024

10명을 만났는데 다 꽝이에요.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 가장 확실하게 만남을 주선받을 수 있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그런데 가입만 하면 만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예상과 달리 가입해 보니 또 다른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만날 사람 고르기'였다. 나에게는 보너스 만남 1회를 포함한 총 6번의 기회가 주어졌고, 1회에 몇십만 원 꼴이라 신중을 기하다 보니 누굴 만날지 고르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가입 전 상담에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긴 했지만 사진과 프로필만 보고 판단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가입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선택을 못하고 있으니 매니저의 압박 아닌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쯤 되자 나도 우선 한 명을 만나봐야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어지간하면 만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매니저도 나의 첫 만남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는지 지금껏 받았던 프로필중 가장 고스펙의 남자를 소개해주었다. 고스펙을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첫 만남이 급해진 나는 그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


사진과 사뭇 다른 외모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야기가 꽤 잘 통해서 2시간 넘게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심전심이었는지 그가 애프터를 신청했고, 두 번째 만남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프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한 번 만나봐서인지 프로필을 보는 기준이 생겼고, 2회 차 만남도 곧 이어졌다.

한 번 만나본 경험이 있으니 좀 더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나의 희망과 달리 상대는 약속 시간부터 시작하여 일관된 비매너를 보이며 불쾌하게 끝났다. 2회 차 만남에서 현타 세게 맞으며 충격이 컸지만 포기하기는 일렀다. 그리고 때마침 미차감 만남 제안이 5건 들어와서 그들 중 2명을 만나보기로 했다. 2명 모두 호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작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였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후로도 계속 소개는 이어졌지만 사람을 계속 골라야 하는 피로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며 처음 가입할 때의 열정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간간이 들어오는 미차감 만남 제안 중 선별해서 6명을 더 만나보았다. 다행히 2회 차 만났던 사람 같은 비매너는 없었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1시간 이상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첫 만남에 얼마나 말이 통하겠냐만은 40대가 되니 나름 연륜이 쌓여서 상대와 내가 얼마나 맞을지 정도는 파악이 된다. 


어느덧 10명을 만났는데 모두 꽝이다. 

이때쯤 되니 결혼정보회사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에서 과연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할 수 있을지 아니 연애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도 함께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탈퇴까지 생각해 보게 됐다. 10명쯤 만나봤으니 적은 수도 아니고, 내가 이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지 윤곽이 드러났으니 탈퇴를 생각하는 게 더 이상 이르지 않았다. 그렇게 탈퇴를 고민하는 사이 새로운 2명의 프로필이 도착했다. 웬일로 2명 다 괜찮았는데 선한 인상이 돋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탈퇴하더라도 이 사람까지는 만나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때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나의 남자친구가 될지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