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희망을 주는 말이지만 때로는 희망고문이 되기도 한다. 슬프게도 나의 연애에서 이 말은 늘 희망고문이었다. 간절히 누군가를 원할 때에 '그'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고, 마음을 내려놓고 잊고 지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곤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남자친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기롭게 가입한 결혼정보회사였지만 10명을 만나고도 결혼은커녕 연애의 기미도 안보이자 회의감이 심하게 들었던 때였다. 탈퇴를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중 2명의 프로필이 도착했고, 2명 모두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계속 되뇌던 탈퇴라는 고민은 어느새 사라지고 누구를 만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2명 다 만나볼까 했다가 남은 횟수가 별로 없어서 인상이 좀 더 선 해 보였던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 달리 첫 만남의 시작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가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은 것이다. 나는 소개팅이나 맞선 날 지각하는 사람과는 한 번도 잘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늦는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이번 만남도 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의 얼굴을 보니 사진에서 봤던 선한 인상이 그대로여서 어쩌면 이번 만남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가짐이 바뀌어서인지 대화의 물꼬가 잘 트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통하는 부분이 많아 놀라운 면도 있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받았다는 걸 잊을 만큼 자연스럽고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특히, 중간중간 보이는 그의 선한 웃음은 나도 함께 미소 짓게 만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줬다.
만나기 직전의 우려와 달리 우리의 첫 만남은 너무나 순조로웠다. 분위기상 자연스럽게 애프터로 이어질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분위기가 좋았지만 애프터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서였다. 다행히 그는 예상대로 애프터를 신청했고 나는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와의 다음 만남을 기다렸다. 다음 주말이 크리스마스이브여서 더욱 특별한 만남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더해지며 들뜬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애프터를 하지 말았어야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역시 만남 전의 촉이 맞았다며 며칠을 씩씩거리던 중 생각지 못한 그의 연락을 받았다. 집안일이 생겨서 연락이 늦었다며 만나자고 했다. 예전 같으면 장난하냐고 읽씹 했었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연락 온 것 만으로 마음이 확 풀어지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지만 그는 약속 전날 저녁까지도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연락이 없었다. 애프터 생각이 없어졌을 수도 있으니 그냥 놔둘까 하다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할 것 같아 내가 먼저 연락을 해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연락 문제로 내가 속 터질 일이 많을 거라는 것을. 연락 문제는 세 번째 만남까지 이어졌고 나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만날지 말지 기로에 서있던 중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가본 성심당을 그가 데려가주자 내 마음이 확 열리고 말았다. 그깟 딸기케이크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