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엘리아나 Jan 09. 2024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그

그가 보낸 문자의 내용은 이랬다.

저번주에 집안일이 있어서 연락이 늦었다며 이번 주말에 만나자고 했다. 에프터를 받긴 했는데 뭔가 개운치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집안일이 있었다는 게 거짓말 같지는 않았고, 에프터에 대한 진정성이 조금 의심됐다. 그렇지만 한 번의 만남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어서 한 번 더 만나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선 약속 날과 영화를 보기로 한 것까지만 정하고 시간과 장소는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연락이 없었고, 심지어 만나기 전날 저녁까지도 연락이 없었다.

에프터 까인 건가요?

이전 같으면 욕하면서 내버려 두었겠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저녁 9시가 넘을 무렵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내일 만나는 거 맞나요?'

1분도 안돼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다며 몇 시가 좋냐고 되물었다.

이 사람 진짜 뭐지?

한 번 만난 사이에 밀당을 하는 건 아닐 테고 또다시 진정성이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미 만나기로 마음먹은 터라 군말 없이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왜 저녁 9시가 넘도록 연락을 안 한 것이며 혹시 안 만나려고 했는데 내가 연락하니까 만나는 건 아닌지 의문점이 있었지만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은 알 수 없으니 만나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번에도 늦는다면 세 번째 만남은 절대 없을 거라는 결심을 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내 결심을 아는 듯 그는 10분 먼저 와서 나를 기다렸고, 바로 영화를 봤다. 다행히 영화가 재미있어서 식사를 하며 즐겁게 영화평을 나누었다. 이래서 데이트 때 영화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호불호가 적은 인기 영화를 골라야 실패할 확률이 다. 영화 이야기로 만들어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도 이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연락이 늦어 집안 사정을 듣게 되었고, 프터 만남 연락이 없었던 이유도 듣게 되었다. 연락이 없던 이유에  당위성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이해 못 할 이유는 또 아니라서 이해하기로 했다.


근데 신기한 건 이번에도 첫 만남과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것이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공감해 줬다. 또한 사회나 가치관 등의 생각들이 꽤 잘 맞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편안했다. 그가 나한테 맞춰줘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첫 만남 때의 느낌 그대로 선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내가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나 좀 더 알아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헤어지는 길에 그가 삼프터를 신청했고, 내가 그날 약속이 있어서 날짜를 다시 잡아 연락하기로 했다.

외모는 마지노선을 살짝 넘어서며 아리송한 면이 있지만 이야기는 잘 통하고 편안한 이 남자, 더 만나봐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새해가 되었고, 몇 분 후 첫 새해 인사 문자가 왔다. 그였다.



다음 글은 삼프터의 행방입니다. 매거진 특성상 순서 변경이 불가능해서 순서가 섞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17years/211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정보회사에 이런 사람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