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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Jan 15. 2024

삼프터의 행방

삼프터로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던 찰나에 온 그의 새해 첫인사 문자가 나를 삼프터의 길로 인도했다. 그러나 새해 인사를 시작으로 일상 문자가 오갈 줄 알았던 나의 예상과 달리 연락은 다시 툭 끊겼다.

그는 아직 매일 연락할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틀 후, 내가 만날 수 있는 날을 정해 연락을 주기로 한터라 주말에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금방 올 줄 알았던 그의 답장은 1시간, 2시간 그리고 3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프터 약속도 힘들게 잡았는데 삼프터마저 이렇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오전이 되어서야 그의 답장이 왔다.

생뚱맞게 잘 지냈냐며 그날 보자고 했다.

혹시 내 문자가 오류 나서 다음날 전송된 까? 아리송한 그의 태도 때문에 에프터도 힘겹게 만났는데 삼프터까지 이런 시련이 오다니 그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임계치를 넘어선 그의 태도를 보고 때려치우려다가 유치하지만 맞대응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일부러 다음날 오전까지 답장을 보내지 않았는데 역시나 그의 추가 문자는 오지 않았다. 이대로 그냥 답장을 보내지 않고 끝낼지 한 번 더 만날지 또다시 기로에 섰다.

2년 연애도 아닌 2번 만났을 뿐인데 3번의 고비가 웬 말인가! 그런데 나 혼자만 열받다 때려치우기는 너무 억울해서 만나서 담판을 짓기로 마음을 정했다.


결전의 주말이 왔고, 카페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본론을 말했다.

"제가 문자 보낸 날 왜 답장이 없었어요?"

"그날 회식하느라 늦게 봐서 다음날 했어요."

"그날 늦게 본건 그렇다 치고 다음날이라도 답장이 늦은 이유를 설명해 줬어야하지 않을까요?"

"아, 제가 원래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센스가 좀 없는 편이에요. 앞으로 잘할게요."

심각하게 말하는 나의 모습에 그는 적잖이 당황하며 대답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니 나도 좀 수그러들었다. 말나 온 김에 우리가 아직 서로를 잘 아는 연인이 아닌 알아가는 단계이니 연락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거 같다는 말을 덧붙였고, 그도 수긍했다. 담판을 짓겠다는 각오가 무색하게 이야기는 평온하게 마무리되었고 MBTI를 시작으로 이전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미로 본 MBTI 궁합도 좋아서 어쩌면 우리가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살짝 들었다. 그 이후의 대화도 순조롭게 이어졌고 저녁까지 함께 먹었다.


집에 가는 길에 기차여행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기차 타고 가고 싶은 대전의 유명한 빵집이 있다고 말했다. 가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 가봤다고 하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 빵집 다음에 같이 갈까요?


처음으로 그에게 심쿵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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