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원에 팔았던 SK하이닉스를 53만원에 다시 샀다.

by 라엘리아나

24년 8월, '나는 주식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인 것 같다' 는 글을 썼었다.

주식이 활황이던 코로나 시절, 멋모르고 14만 원에 샀던 SK하이닉스가 7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걸 보고, 본전이 되자마자 팔았다는 뼈아픈 내용이었다.


SK하이닉스가 20만 원을 넘어 30만 원으로 오를 때까지만 해도 배가 많이 아팠다. 그런데 50만 원을 넘어 60만 원까지 오르자 충격이 너무 컸던지, 14만 원에 팔았던 사실이 기억에서 삭제됐다. 그리고 그때의 뼈아픈 경험은 오히려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쫄보인 나에게 1주에 60만 원이 넘는 주식은 너무 큰 금액이었다. 이미 많이 오른 만큼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주가는 50만 원대로 내려왔고, 그제야 큰맘 먹고 3주를 샀다.


이후 한 달 동안은 큰 변화 없이 50만 원대를 횡보했다. 그러다 어느 날 단숨에 60만 원을 넘어 70만 원대로 급등했다. 3주가 아니라 30주를 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3주라도 사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 3주 중 1주는 60만 원대에서 팔았다.

어느 정도 수익을 실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조금 아깝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익절은 언제나 옳고, 무엇보다 나의 투자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이제 주식을 조금은 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다른 종목들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처럼 1주에 금액이 큰 종목은 여전히 부담스러워서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금융주, 기술주, 자동차 종목들을 모았다. 주식을 조금 해봤다고 하루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애썼고, 떨어질 때 한두 주씩 천천히 샀다. 타고난 쫄보라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이런 나의 전략은 지금까지는 순항 중이다.


물론 모든 종목이 수익인 건 아니다. 엊그제 급락 때 들어간 몇몇 종목은 마이너스다.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팔라는 말에 충실해 바이오주를 샀는데,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직은 손절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판단해 조금 더 지켜보는 중이다.


이제 주식을 좀 알게 된 것 같다는 자만에 빠지려는 요즘, 시장은 다시 한번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다. 사실 요즘의 수익은 실력이라기보다는 상승장에 편승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나부터가 그렇다.

모든 종목이 오르는 장은 아니기 때문에, 더 조심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장기 투자가 항상 답은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코로나 시기 고점에 샀던 엔씨소프트와 LG전자는 여전히 -70%, -50%다. 결국 장기 투자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종목’의 문제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시 주식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현금이 녹고 있기 때문이다. 원금 보장이 된다는 강점이 있는 예·적금의 이율은 3% 남짓이고, 그것만으로는 돈을 모으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시대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작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주식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시장이 미국 시장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단기간에 급등한 느낌이 강하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점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다만 JP모건이 코스피 목표치를 7,500까지 언급한 걸 보면, 시장이 당장 꺾일 것이라고만 보지는 않는 분위기인 듯하다. 물론, 이런 전망이 언제든 틀릴 수 있어서 지금은 무작정 겁낼 국면은 아니라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미국이다. 최근 코스피 하락의 원인도 미국 AI 관련주의 조정이었다.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 같은 정치적 변수도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 정책 역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상법 개정 이슈는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주식 시장은 한 회사의 성장뿐 아니라, 이렇게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움직인다. 덕분에 소액이지만 주식 투자를 하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소액이라도 주식 투자를 한 번쯤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지금은 너무 올라 진입이 쉽지 않은 시기이니,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요즘 나는 매수보다 매도 시점을 더 고민하고 있다. 53만 원에 샀던 SK하이닉스를 63만 원에 팔았을 때는 충분히 만족했는데, 90만 원까지 찍은 걸 보니 100만 원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매수가 아니라 매도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도 이제 주린이에서 조금은 벗어난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파는 원칙은 여전히 어렵다. 발끝에 사서 정수리에 팔고 싶은 욕망을 언제쯤 떨쳐낼 수 있을까? 아마 그 원칙을 지킬 수 있을 때쯤이면 나는 진짜 부자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주식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