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결혼정보회사, 여기까지 해봤습니다.

120명 소개, 22번의 만남, 단 한 번의 연애

by 라엘리아나

결혼정보회사에서 계약 만료 연락이 왔다. 서류상으로도, 그리고 마음으로도 완전히 끝이 났다.

“결혼정보회사는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숫자로 보면 이렇다. 약 120명의 프로필을 받았고, 그중 실제로 만난 건 22명이었다.
그리고 단 한 명만이 연애로 이어졌다.

이 정도면 꽤 열심히 활동한 것 같다.

프로필 120명, 생각보다 빨리 무뎌진다.

처음엔 프로필 하나하나를 아주 자세히 살펴봤다.
사진을 확대해 보고, 직업과 취미 그리고 가족 관계까지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한 20명이 넘어갈 즈음 나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설렘보다 피로가 먼저 오기 시작한 것이다.

만날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닌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걸러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음… 좋은데, 눈이 굉장히 높을 거 같은데?”
“괜찮은데, 뭔가 애매하다”
“나랑 잘 맞으려나…?”

이런 상태가 반복되니 좋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확 끌리는 사람이 없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22번의 만남 = 절반 정도는 ‘괜찮은 사람’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악평을 워낙 많이 들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절반 정도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매너 있고, 대화 잘 되고, 크게 불편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싫진 않은데… 막 보고 싶지도 않은 그 느낌.

결혼정보회사에서 제일 많이 느낀 상대에 대한 감정은 설렘이 아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였다.


그래도, 한 번 연애했다

그 와중에 한 번은 자연스럽게 연애로 이어졌다.

내가 그를 선택한 건 어떠한 조건도 아닌 편했다는 점이었다. 함께 나누는 일상의 대화들이 즐거웠고, 더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됐었다.

그래서 내 짝을 만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잠수 이별로 끝이 났다.

애프터,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엔딩들

22번을 만나보니 결과도 다양했다.

애프터를 내가 거절하는 경우도 있고, 서로 그냥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제일 많았던 건 아무 일도 없는 엔딩이었다.

초반엔 그게 은근 신경 쓰였다.

“내가 별로였나?”
“뭐가 문제지?”

시간이 지나자 내가 알 수 없는 상대의 선택일 뿐이라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나처럼 나쁘지 않았지만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결국 남은 건, 생각보다 단순한 질문

120명의 프로필을 받고, 22명을 만나고, 1번 연애까지 해보니까 결국 남는 건 이거 하나였다.

“나는 어떤 사람이랑 살고 싶은가?”

대화가 잘 통하고, 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잠수이별을 겪고,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책임감이 있는 사람'

정량적인 조건이 아닌 이런 정성적인 기준들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내 짝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연애였지만 빛나는 40대의 한때를 보낸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결혼정보회사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소개하며 재가입 권유 연락이 오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는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나의 힘으로 내 짝을 찾아보려고 한다.


실은 결혼에 대해 초탈했는지 크게 조바심도 나지 않고, 흐르는 대로 인연을 만들어가 보려고 한다.

짝을 찾지 못한 지금의 삶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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