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이렇게 마침표를 찍다.

by 라엘리아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마지막 만남이 한 번 더 연장되었다.

진짜 마지막 기회이니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더니 공이 날아갔다.

1루타로 끝날지 홈런일지 아직 모르지만 힘차게 날아가기를 바라며 그와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번 만남도 저번과 비슷했다. 대화는 끊김이 없었지만 좀처럼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미지근한 대화들이었다. 두세 번 정도의 만남은 어차피 탐색전이니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만남의 끝에 갑자기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도 조금 있었다.


그러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다 마시는 동안에도 분위기는 그대로다. 오히려 그의 말을 듣고 나의 온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몇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만 말해보자면 본인은 물건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 '스몰리스트'라고 했다. 스몰리스트?? 미니멀리스트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아, 미니멀리스트요?"라고 자연스럽게 정정해 주었는데 고개를 저으며 끝끝내 '스몰리스트'라고 했다. 틀릴 수는 있다.

영어니까 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본인이 틀렸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 좀 놀라웠다. 그렇지만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더 많이 웃고, 밝은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그에게 카톡이 왔다.

내가 밝고 따뜻한 좋은 사람이지만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 카톡을 읽고 느낀 나의 감정은 실망이 아니었다. 충분히 예상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다만 나도 당신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제야 나의 본심이 나왔다.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에 매몰되어 나 자신조차 속인 것이다. 안 괜찮으면서 계속 '이 정도면 괜찮잖아'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만남을 이어나갔다.

어쩌면 그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거슬리는 부분이 보여도 웃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만남이 추가되면서 진짜 내 짝을 만나는 게 아닌가 조금 기대했었다. 하지만 힘껏 휘두른 방망이는 역전 홈런이 아닌 땅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햇수로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했던 결혼정보회사와 마침내 작별을 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해방을 꿈꿨지만 막상 해방이 되면 아쉬움이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현재의 마음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마지막 만남에 왜 그렇게 연연했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아마 결혼정보회사의 만남이 내 인생의 마지막 만남이 아님을 잘 인지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렇게 나의 결혼정보회사 챕터는 끝이 났다.

따뜻한 봄과 함께 다음 챕터가 열리길 기다리며 여기저기서 마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다녀보려고 한다.

내 방망이에 스치기만 해 봐라.
꼭 안아줄 테야!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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