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서의 진짜 마지막 만남

- 미지근한 온도의 가능성

by 라엘리아나

30분의 만남을 끝으로 결혼정보회사와 작별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지막 만남이 1회 연장되었다.

만남 횟수가 다 차감돼서 탈퇴를 앞둔 상태였는데 상대가 만남 요청을 한 것이었다. 프로필을 확인해 보니 외모와 조건 모두 무난한 남자였다. 그렇게 진짜 결혼정보회사에서의 마지막 만남을 그와 갖게 되었다.


그의 첫인상은 프로필 사진에서 봤던 느낌 그대로였다. 그런데 입을 떼는 순간 조금 놀랐다.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 사투리가 가장 심했고,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졌다. 그렇지만 사투리와 목소리는 듣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들이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속에 어떤 말과 생각이 담겨 있는지이다.


그와의 대화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끊기거나 어색함은 없었지만 딱히 재미있지 않은 그런 대화들이 이어졌다. 그는 본인이 하는 일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았다. 실제로도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약간의 허세도 느껴졌지만 허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대화가 이어질수록 다른 문제가 보였다.

공동 관심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난한 대화였지만 재미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이 진짜 결혼정보회사에서의 마지막 만남이다.

첫 만남에서는 무난하게 대화만 이어져도 만족하기로 했다. 재미는 만나가면서 찾아도 늦지 않다.


그도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큰 호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미지근한 온도가 꼭 애프터의 향방을 가르는 건 아니었다. 큰 호감이 없어 보였는데 애프터를 받은 적이 있고, 즐거운 만남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애프터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 나이쯤 되면 다들 사회생활 만렙이라 감정 표현쯤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고.


대화 말미쯤 그가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서 나를 처음 만난다고 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결혼정보회사에서의 마지막과 처음의 만남이라니. 나에게는 소중한 마지막 기회였고, 그에게는 시작이었다. 출발선부터 공평하지 않은 만남이었다. 물론, 내가 그의 이상형이었다면 남은 기회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에서 40대가 이상형을 만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근데 나도 첫 만남 때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던 것 같다.

상대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


예상대로 헤어질 때 다음 만남에 대한 기약은 없었다. 만약 내가 그의 첫 만남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횟수에 만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모르는 일이다.

인연이 되려면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상은 아무 도움이 안 되니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집에 오니 그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잘 들어갔냐는 말과 함께 다음에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생각지 못한 애프터 신청이긴 했는데 진짜 애프터 신청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정확한 날짜 없이 ‘다음’이라고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음에 밥 한 번 먹자’와 비슷한 온도였다. 이럴 때는 챗GPT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챗GPT는 애프터 확률이 55%~65%라고 했다.

그리고 왜 80% 이상이 아닌지까지 설명해 줬다.

구체적인 날짜 제안 없음

질문형 마무리 아님

약간 교과서적 톤

강한 끌림 모드보다는 “괜찮다, 한 번 더 볼 수 있다” 단계.


뭐야 뭐야, 너무 정확한 거 같아서 무서워. 어쨌든 절반은 넘는 확률이라 하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번 주 언제 만나는 게 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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