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비장하게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고인 물이 되었다. 비장했던 각오는 어느새 탈출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변질됐다.
마침내 마지막 만남이 정해졌다.
주말 오후,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만남의 시작은 꽤 괜찮았다.
약속 시간 10분 전, 그에게서 음료 메뉴를 묻는 연락이 왔고, 카페에 도착하니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게다가 내가 말하지 않은 케이크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케이크까지 준비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센스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가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벌써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으니까.
디저트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섣부르지만, 역전 홈런의 가능성이 조금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통화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전화를 끊은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사과의 이유는 통화 시간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응급실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아…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었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경험이었다.
놀람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지만, 나는 제삼자였다. 더 놀란 사람은 그이다. 나는 괜찮다고 다시 한번 말하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헤어지는 길에 그는 다음번에는 식사를 하자며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30분 만에 헤어졌다.
그리고 아직도 그의 연락은 없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루 이틀은 기다려봤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으니, 앞으로도 안 올 것 같았다. 연장 역전 홈런은커녕, 방망이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한 삼진아웃이다.
참, 별일도 다 겪는다.
바라던 대로 결혼정보회사에서 탈출했지만, 이런 결말로 끝나다니 너무 허무했다.
그런데 며칠 뒤,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요기 베라의 말이 떠올랐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잠깐 중단됐던 경기처럼,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나는 또 타석에 서기로 한다.
이번에는 홈런까지 바라지 않는다. 안타라도 쳐보자.
파울이 되더라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