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마음가짐

by 은조

그래, 거기서부터 느낌이 좀 싸했다고 할까?!

미리미리 해뒀으면 좋았겠지만 원래도 하루 전날이면 할 수 있던 터라 하루 전에 가서 할 것이었던 게 나름의 계획이었는데... 오늘따라 일 하는 직원이?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며... 미리 예약한 사람들이 아니고선 안 된다고 했다며 결국 세차를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는 남편.


놀러 가기 하루 전날인 오늘, 설렘 가득한 마음만큼 깨끗한

차를 타고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것에 은근 아쉬움이 뒤따라왔다. 그래도 많이 더럽지 않다는 남편의 말.

확실하냐는 나의 장난 섞은 물음에도 본인이 다 확인해 봤다는 진지한 대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티슈로 좀 닦으면 전혀 문제없다고 하니 문제 해결!


그러나 진짜 싸해지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계획 잡을 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첫눈이 하필 지금 내린다는 것! 그것도 우리가 여행 가기 하루전날 저녁에 말이다!


날도 갑작스레 춥디 추워져 가뜩이나 계속 근심 한가득인 것을 이렇게 눈까지 내리다니.. 그래 솔직히 여행 계획만 없었더라면 눈이 이렇게까지 불청객으로 여겨지진 않았을 텐데..


퇴근길에 본 첫눈은 진눈깨비처럼 흘러내리길래 바로 녹아 버리겠지?! 혼자 바라는 대로 생각했는데 집에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눈은 쌓여버렸고 창문 너머 세상이 점점 흰 바탕이 되어가면 될수록 마음은 심란해져 갔다.


어제까지도 여행 당일 몇 시에 출발할까?! 여러 차례 의논해 봤지만..... 아무래도 눈 이슈로 출발 시간은 더욱 늦어질 듯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건 알지만 이렇게 또 언제나 갈 수 있는 여행인지도 모르는데 출발이 늦을수록 집에서 시간을 날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 속이 좋진 않다.


거기다가 호기롭게 이 겨울에 아이들을 위해 실내지만 수영장을 가겠다고 예약하고 아이들한테도 미리 다 말해놔서 취소도 못하고 이래저래 걱정 한가득인데 모든 것이 다 도와주지 않는 느낌이다 점점


월요일부터는 물론, 스케줄표를 받으면서부터 하루하루 카운트 세며 이날만을 기다리고 이날의 설렘으로 조금 버겁고 힘듬도 견뎌내고 감당해 냈는데 막상 당일이 다가오니 왜 불안감만엄습해 들이 밀치는 것이냐 말이다.


퇴근하고 돌아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집안 정리 싹 해놓고 조금 오버인가? 싶어 몇 번 망설이다 케리어를 꺼내어 펼쳤다.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중요한 수영복도 꾹꾹 눌러 담아놓고

잠옷도 담고 여벌옷도 담고 정리하면서도 귀찮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지만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호텔이라면 분명히 대왕 트리를 해놨을 것이고 거기서 아이들 예쁜 사진 찍어보겠다고 남매룩으로 신중히 고른 카디건을 입기 좋게, 보기 좋게 반듯반듯 정리까지 해놓으면 여행준비 끝- 어우 다시 기분 좋아졌다.


그러다 다시 창 너머 이놈의 반갑지도 않은 눈이 불청객 눈이 보인다. 부디 밤새 사르르 다 녹아주길 바라며 길이 뽀송뽀송 해주길 바라며 우리의 여행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지 않고 녹아내린 포근한 눈처럼 힐링 여행이 되길 바라본다.


어떤 여행으로 어떻게 갈지는 본인 결정에 달려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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