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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Nov 02. 2022

우리의 밤을 외워요

헤어짐의 순간은 언제일까요? 그러니까 정확히 헤어진다, 고 말할 수 있는 순간 말입니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순간? 헤어짐을 직감한 순간? 헤어지기로 합의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마음속에서 서로를 지워내는 순간? 만약 지워내지 못한다면...?


이제는 나이가 들어 헤어짐의 순간이, 헤어진 이후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지나갈 것임을 압니다. 저는 다만 그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요. 그럼에도,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였음에도 기적처럼 그에게 연락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합니다. 아직 그 사람이 다 잊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을 것처럼 힘들진 않아서요. 솔직히 그래요. 헤어졌던 날들보다는 확실히 덜 힘듭니다. 이제 한 달여 지났지요. 매일 이별노래를 듣고 매 순간 돌아와 달라고 마음속으로 애원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사랑에도 언젠가 이별이 있겠죠. 어쩌면 그리 오래갈 사랑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쥐어짜 내듯 아픈 이별도 찬란한 사랑으로 이겨내는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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