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록
배가 안 고픈데 머리가 안 돌 때는 배가 고픈 게 맞다. 고민도 없고, 감기 기운도 없는데 머리가 아프면 체한 거다. 그러니 멍 때리고 기운이 없다면 밥을 먹고, 원인 모를 두통으로 힘들다면 소화제를 먹자. 다소 연결이 어려운 논리지만 그 상황에 처하면 몸이 안다.
타이레놀이 답인지, 베아제가 답인지.
쿨쿨 잘 때인지, 밥 한 술 떠야 할 때인지.
이후에 탄수화물로 뇌에 기력을 보충해 주고 나면 놀라운 글발의 향연이 시작된다. 뇌의 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이 품고 있던 포도당으로 연료를 때 주어야 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러고 보면 나는 참 건방지다.
나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세상을 너무 쉽게 본다는 거다. 때문에 쉽게 큰 꿈을 꾸고, 그 꿈에 부풀어 여러 가지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도전이 막 시작되고 나서 많은 일들이 진행될 때에 쉽게 함정이나 수렁에 빠져 혼자 허우적대기를 반복한다는 거다.
그게 뭐든 진지하게 하기로 했다면 그 과정에서의 성장은 불가피한 것이므로 끊임없는 몸부림 속에 알을 깨려는 무수한 시도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생채기를 남긴다는 것이다.
산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아프기도 벅찬데 이렇게나 스스로를 옥죄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니.
글이란 놈은 항상 얼렁뚱땅 쓰고 발행해 전체 공개가 되고 나면.. 고칠 것 투성이인 것이 탄로 난다. 왜 업로드 전에는 이런 게 안 보일까.. 매번 미스터리다.. 사람들이 한바탕 다녀간 뒤.. 나는 열심히 글을 고치고 있다. 남들 눈에는 너무 사소해서 흔적도 남지 않을 그런 일에 엄청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한다.
글은 대개 미리 써둔다. 미리미리 쓴 것을 내가 정한 시기에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치는 과정이 들어간다. 그래서 실은 이것보다 더한 것을 원하지만 겸손의 뜻으로 적어놓은 것들이 나중에 그대로 실현되어 혼자 괜히 부푼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상처를 받곤 한다. 그 누구도 의도한 적이 없었지만 혼자만의 고통이 반복되는 것이다.